# 서울 종로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거리를 손꼽으라면 강북의 종로와 명동과 신촌, 강남의 압구정거리와 강남역 부근을 손꼽을 수 있다.

필자는 이중에서 종로가 가장 애정이 많이 간다. 10년 정도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거리곳곳에서 느껴지는 어설픈 예스러움이 정겹기 때문이다. 인근에는 저렴하면서도 특급호텔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숙소도 많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추천하고 싶다.

종로는 흔히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이르는 대로변의 양쪽 측면을 모두 일컫는다. 이 방향대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광화문에서 보신각(종각 전철역)까지가 종로 1가에 해당한다. 이 근처엔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동아일보 사옥에서 광화문 우체국을 조금 더 지나 우측 골목안으로 들어가면 무교동이 나온다. 여기는 '낙지'가 유명하다. 특히 청계천과 접한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우정낙지는 자타가 인정하는 원조 무교동 낙지집이다.

여러 낙지집을 다녀보았지만 이 집만큼 매운 집은 없다. 머리끝에 땀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다음날 설사를 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종로 대로에서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청진동이다. 청진동 골목 역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긴 해장국이 유명하다. 몇날며칠을 쉬지 않고 계속 끓이는 사골과 우거지의 국물맛은 어느 집 할 것 없이 맛이 좋다. 24시 영업을 하는 곳이 많으니 새벽에 찾아가도 걱정은 없다.

종각을 지나 탑골공원(옛 파고다공원)까지는 종로 2가에 해당한다. 걸으면서 우측은 관철동, 오른쪽은 관훈동인데, 행정구역 명칭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보신각 건너편에 삼성에서 지은 색다른 건물이 눈에 띠는데 일명 종로타워, 밀레니엄 프라자 등으로 불린다.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식당은 탑클라우드 레스토랑. 바와 그릴로 나뉘는데 호텔 신라에서 운영하는 만큼 비싸다.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종각지하도에서 인사동 표지판을 보고 나오다보면 YMCA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골장터국밥과 같은 토속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 입구 쪽 식당이나 주점보단 깊숙한 곳에 맛집이 숨겨져 있다. 들어가다 세 갈래로 나뉘는 중앙 귀퉁이집이 장터국밥을 파는데 선지를 넣은 국밥 맛이 좋다.

이 골목을 계속가면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으로 이어지는데 여기를 지나 넓은 골목과 만난 후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인사동으로 연결된다. YMCA건물 바로 뒤편에는 샛길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종로 1, 2, 3가를 관통하는 골목길이다. 일명. 피맛골. 이 길은 종로 3, 4가에서 설명하겠다.

반대편인 관철동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그런 만큼 퓨전음식이나 최신 유행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너무 종류가 다양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할지 고민스러울 정도다. 그냥 맘에 드는 집을 고르면 된다. 맛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하다. 하지만 길가에 위치해 눈에 잘 띠는 집은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골목 깊숙한 곳을 뒤져보길 권한다.

탑골공원에서 종묘까지는 종로 3, 4가이다. 좌측은 탑골공원, 극장가, 금은방, 종묘 사이로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기는 피맛골 골목으로 다녀볼만 하다. 옛날에는 종로 대로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모두 피맛골이 있어서 동피맛골, 서피맛골로 나눠 불렀다는데 개발과 함께 많이 축소됐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때 높은 벼슬아치가 지나갈 때 마다 흙바닥에 엎드려 길을 피해줘야 했던 서민들이 ‘말을 피해 다녔다’는 의미의 길이다. 식당 중에 맛집은 드물다. 몇몇 술집들은 유명세를 타고 방송에도 나왔지만, 항상 기대엔 못미친다.

탑골공원 건너편은 어학 학원과 그 뒤편에 나이트클럽이 위치해 있다. 그 사이에도 피맛골이 있는데 여기는 시장통 분위기다. 아구찜, 낙지볶음 등 건너편 보다는 토속적인 음식을 주로 판다. 여기서 청계천 방향으로 계속 들어가면 연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모텔이 몇 곳있다. 쉴, 몽 등 이름도 희안한데 시설은 특급이다. 반대편 종로 3가 5호선 출구 근처에도 모텔은 많다. 가격은 1박에 4~7만원선. http://cafe.daum.net/motelguide

이제 종로 4가 쪽으로 넘어가면 세운상가와 종묘가 나온다. 음식을 먹을 만한 곳은 없다. 조금더 지나 종로 5가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광장시장이 나오는데 의외로 맛난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많다. 아주머니들의 수다스러움도 재미를 더해준다. 반대편은 대학로 입구에 해당하는데 한산하다.

종로 5, 6가에서 동대문까지는 의료기기, 책 도매점, 약국 등이 늘어서 있다. 그 뒤편으로 평화시장과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 쇼핑시설이 즐비한 만큼 쇼핑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곳이 좋다. 사실 건물높은 밀리오레나 두산타워 보다는 건너편 동대문 운동장 쪽에 있는 옛 시장들이 가격이 저렴하지만 건물마다 모피나 가죽 등 전문분야가 따로있어 헤매기가 쉽다. 정통한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았다면 대충만 훑어보길 권한다. 종로이야기 끝. [서울=윤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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