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개 팔린 '4B디자인'

"상표 식별력 떨어져 무효"

중국업체 소송으로 뺏겨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지우개 제조업체 화랑고무의 안타까운 사연이 화제다.







중국 현지 ‘짝퉁(모조품)’ 제조업체의 공세 탓에 중국에서 10년 가까이 키운 지우개 브랜드의 상표권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해서다.







1950년 설립된 화랑고무는 지난 64년간 3대(代)째 지우개 한 품목만 생산해 왔다. 1970,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써봤을 ‘점보지우개’를 제조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1999년 중국으로 첫 수출을 시작했다. 당시 중국 미술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화랑고무는 2004년 ‘4B디자인’(사진)이라는 상표를 중국에 등록했고, 이후 ‘4B디자인’은 중국에서 대표적인 지우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1999년 중국 진출 이후 작년까지 화랑고무는 약 15억개의 지우개를 팔았다.







‘4B디자인’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자 타오바오를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모조품 지우개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화랑고무는 2012년 초 지식재산권 담당 주무부서인 공상행정관리총국에 단속을 요청했다. 공상국은 그해 8월 중국의 모조품 제조업체 이정원쥐(一正文具)에 8만3630위안(약 147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2개월 후 이정원쥐는 공상국 산하 상표평심위원회에 “4B디자인의 상표권은 무효”라며 상표등록 철회를 신청했다. ‘4B’는 미술용 연필심의 강도를 나타내는 일반 규격이고, ‘디자인’ 역시 보통명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4B디자인’이란 상표는 상표로서의 식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정원쥐 측의 주장이었다.







화랑고무 측은 ‘4B디자인’이란 상표는 △이미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지우개 브랜드로 인식돼 있고 △‘디자인’은 한글이어서 중국 일반 소비자에게는 ‘도형’으로만 인식되며 △상표등록 철회 심판을 제기한 원고는 모조품 제조업체라는 점 등을 들어 이정원쥐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상표평심위원회는 이정원쥐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4B디자인’ 상표 등록 철회를 결정했다.







중국 내 상표권 자문업체 베이징국연자문공사의 김성훈 대표는 “국가별로 상표권에 대한 정부 당국의 판단은 어느 정도 자의적인 측면이 있지만 등록 후 10년 가까이 통용되던 브랜드의 상표권을 짝퉁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취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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