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윈-윈' 하는 한·중 양국…中기업들 한국 진출 가속도

韓제조업 적자 우려 있지만 의료·엔터 등 흑자폭 확대



中 성장 둔화는 일시적 현상…구조조정에 따른 '성장통'

7% 아래 하락 조짐시 과감한 부양책 내놓을 것















▲류루이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지난 2일 학교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ㅣ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제조업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 상품 교역은 적자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 한국의 서비스업이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입니다.”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경제학자로 꼽히는 류루이(劉瑞)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한·중 FTA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지만 결국 두 나라가 ‘윈-윈(win-win)’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신창타이(新常態)로 불리는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가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환경 중시 도시화와 서부 내륙지역 인프라 구축 사업에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현재 경기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작년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둔화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지 여부입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과거 일본처럼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두 가지 모형으로 중국의 중장기 성장률을 추정해본 결과 앞으로도 연 8~10%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최근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진 것은 생산설비 과잉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 현상입니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지요.



“작년에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구조 개혁’에 있었습니다. 올해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될 것입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겠죠.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정부 경제정책 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7%를 밑도는 성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까.



“중국 거시정책의 큰 기조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요약됩니다. 만약 올해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면 재정정책은 더 적극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작년 6월 중국 정부는 42개 지역을 도시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면 이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통화정책 역시 보다 경기부양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인민은행이 1분기 중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인민은행이 이른 시일 안에 지준율을 인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7.3%가 됐건 7.4%가 됐건 일단 작년 성장률 목표치는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지은 이후에나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한·중 양국 정상이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습니다. FTA가 향후 양국 경제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한·중 무역거래액은 3000억달러 정도입니다. FTA가 체결되면 10년 안에 600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에선 한·중 FTA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과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많은 중국 사람이 중국 산업은 이제 끝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FTA를 통한 ‘윈-윈’이 가능합니까.



“그동안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영향이 컸습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했습니다. 따라서 FTA가 체결되면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에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이 여파로 상품(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분야의 흑자폭 확대가 상품 분야 적자를 상쇄할 것입니다.”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중국 경제의 변화는 무엇인지요.



“신창타이에는 중국 서부지역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을 의미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천연가스와 원유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이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면 한국은 안정적인 자원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참여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의식한 것이겠죠.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한국은 당연히 AIIB에 참여해야 합니다. 향후 글로벌 경제의 핵심은 아시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아시아 경제라는 ‘기차’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 함께 아시아 경제의 선두에 서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요.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잘 활용함으로써 한국 경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중국에서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이 한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은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자국 경제 발전에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 루블화 위기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 정부는 러시아 루블화 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액은 1000억달러로 별로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러시아 루블화 위기가 미국 유로존 등 다른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루블화 위기가 주요 경제권에 타격을 줄 정도로 악화되면 중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인민은행이 적극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금융부문 개혁·개방은 다소 더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더뎠다기보다는 신중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것 같습니다. 금융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여서 개혁도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시장 개방, 예금금리 자유화 등의 조치들은 자칫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 개혁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5개 민영은행 사업자를 선정했고, 자유무역구도 지정해 운용했습니다. 올해는 금융개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금융 개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외국계 기업이 과거처럼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중국 정부의 반(反)독점 조사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라고 중국 정부가 특별히 차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반독점 조사는 중국 정부가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시장질서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아 외국계 기업들도 중국에선 시장 규범을 무시하고 영업해 왔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는 불법적인 영업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생각입니다.”



류루이 부원장은 대표적 지한파 경제학자…中 성장모델 수립에 참여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경제학자다. 중국 인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포스트 닥터)을 밟았다.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장파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류 부원장은 2010년 중국 정부가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짜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그림자금융과 지방정부 부채 등을 중국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아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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