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시장 잡기 위해 최고의 영업맨 보내지만

실적 악화로 대부분 3년만에 낙마



삼성·LG전자, 3년 이상 버틴 중국 법인장 찾기 힘들어

조급한 실적주의가 원인



전문가 "관시 중시하는 중국, 10년 이상 중장기 접근 필요"



[한국경제신문 ㅣ 김현석 기자] 중국이 전자업계 엘리트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빼어난 실적을 낸 최고의 영업맨을 중국법인장으로 잇따라 보내고 있지만 실적 부진으로 낙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짧게는 1년, 길어도 3년 만에 교체되고 만다. 전문가들은 광활한 중국 시장에는 하이얼 등 강력한 현지 터줏대감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 현지인과의 ‘관시(關係·인맥)’도 중요한 만큼 중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계속 바뀌는 중국법인장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임원 인사에서 박재순 중국총괄(부사장)을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으로 발령 냈다. 박 팀장은 2000년대 중반 미국 시장에서 소니를 추격, 삼성 TV가 글로벌 1위로 도약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2012년 6월 어려움을 겪던 중국에 긴급 투입됐으나 삼성 스마트폰의 인기가 꺾이면서 3년 만에 국내로 불려왔다.



LG전자도 지난달 말 인사에서 신문범 중국법인 사장을 LG스포츠 사장으로 발령 냈다. 중국 인도 등에서 화려한 실적냈던 ‘해외영업통’ 신 사장은 2012년 말 부임해 감소하던 매출을 안정시켰지만 늘리지는 못했다.



이들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오래 버텼다. 전임자 중 3년 이상 버틴 사람을 찾기 힘들다. 2005년 삼성전자 중국총괄을 맡은 허기열 부사장은 3년이 못 돼 퇴사한 뒤 한국타이어로 옮겼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근무한 김영하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물산에서 일하고 있다. LG전자에서도 2006~2009년 일한 우남균 사장과 2010~2011년 근무한 조중봉 부사장이 모두 중국 근무 직후 퇴사했다.



정글 같은 중국 시장


















중국 전자·정보기술(IT) 시장은 거대하다. 스마트폰만 한 분기에 9000만대가량 팔린다. 북미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수백여개 업체가 경쟁한다. 냉장고 회사만 200여개에 이른다.



삼성과 LG는 1990년대까지 중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겼다. 2000년대 들어 달라졌다. 수많은 현지업체가 저가 제품을 쏟아내자 점유율은 뚝뚝 떨어졌다. 중국 업체들은 각각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거미줄 유통망을 갖추고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 가전제품을 팔았다.



이에 비해 자체 유통망이 없는 삼성과 LG는 궈메이 쑤닝 등 대형 양판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궈메이 등은 인구 수백만명의 대도시에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 50만~100만명의 중소도시 수십여개와 농촌 지역 10억명 규모의 시장이 모두 현지업체 차지가 됐다. 중국 정부가 2009~2013년 실시한 ‘가전하향(농촌 주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 정책은 중국 현지 업체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 LG의 반값 수준에 제품을 생산한다. 지난 8월 기준으로 갤럭시S6는 4488위안에 팔렸지만 화웨이의 아너7은 2200위안, 레노버의 바이브샷은 1400위안에 판매됐다. 그러다보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국내 가전업체 제품이 중국 시장에선 잘해야 7~8위(수량 기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인 스마트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이 중국 시장에선 7, 8위밖에 못하다 보니 법인장을 자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인력 운용해야



중국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현대자동차 오리온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SPC 등이다. 이들은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CJ제일제당의 박근태 중국본사 대표는 1999년 대우인터내셔널 소속으로 중국에 나간 뒤 2007년 CJ제일제당으로 옮겨 계속 근무하고 있다. 오리온의 중국법인장인 김흥재 사장은 2003년부터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법인 직원 6500여명 중 한국인은 43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24명은 중국에서만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이다. 중국에 가려면 퇴사하고 중국법인에 다시 고용되는 구조다.



LG경제연구원은 ‘중국 가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이란 보고서에서 “글로벌 가전 기업이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 안목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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