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중국 넘어 동남아로

한국 비비쿠션 21호 인기
동남아서도 '싹쓸이 쇼핑'

작년 동남아 매출 1500억원
3년 연평균 증가율 50% 넘어
20대 태국인 여성이 방콕 시암 파라곤 쇼핑몰 라네즈 매장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ㅣ 민지혜 기자] “비비쿠션 21호 주세요.”

태국 직장인 여성 포이팟폼텀롱 씨(27)는 지난 7일 방콕 최대 쇼핑몰 시암파라곤 1층 설화수 매장에 오자마자 ‘퍼펙팅쿠션 브라이트닝’ 제품을 달라고 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지만 “한국 여성들처럼 뽀얗고 투명하게 화장하고 싶다”며 태국인들이 많이 쓰는 23호보다 밝은 21호 제품을 사갔다.

그 옆에선 한 여대생이 보습 및 피부진정 효과가 있는 ‘수율 라인’ 제품들을 테스트해보고 있었다. 그는 수율 라인을 전부 사겠다고 했다. 파욤마니촛 매니저는 “테스트 제품을 써본 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진열된 제품을 다 달라고 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태국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K뷰티(한국 화장품)’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영향으로 촉촉하고 투명한 ‘한국식 화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다.
◆“한국 여성들처럼 화장을”
아세안이 중국의 뒤를 이을 시장이 될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보고 진출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이 ‘K뷰티’ 확산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라네즈 브랜드로 동남아 국가 중 베트남에 제일 처음 진출했다. 본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중국에 진출한 1993년부터 ‘포스트 차이나’로 아세안을 주목해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시장 성숙도 등을 봤을 때 “때가 됐다”며 사업 확장을 지시했다.

2012년 아세안 국가 290개 매장에서 160억원의 매출을 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360개 매장에서 15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3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50%를 넘는다.

태국 시암파라곤 내 설화수 매장은 80여개 입점업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해 개점 3년 만에 매출 순위 10위권에 들어섰다. 26.45㎡(약 8평) 규모 매장에서 1인당 평균 매출은 50만원. 한국보다 높다. 이 매장에서 화장품을 세트로 보관해놓고 마사지 서비스를 받는 초우량고객(VIP)만 50여명이다. 같은 쇼핑몰의 라네즈 매장도 매출 20위권으로 성장했다. 메이크업 제품을 거울에 비친 얼굴에 덧발라볼 수 있는 라네즈 ‘매직미러’ 서비스의 인기가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말레이시아에서 10만2500㎡(약 3만10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국가에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철저한 시장조사 바탕
처음부터 잘 팔렸던 건 아니다. 습한 기후 때문에 아세안 여성들은 끈적이지 않는 화장을 즐겨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닐슨과 손잡고 현지인들의 집에 찾아가 클렌징부터 기초, 색조 화장품을 쓰는 습관을 살폈다. 나라별 고객과 시장을 분석하는 데만 4~5년이 걸렸다.

“투명한 피부가 어려 보인다” “외모는 타고나지만 매력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한국식 화장법을 따라해 보니 진짜 더 어려 보이고 피부톤이 맑아진다는 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류 확산도 한몫했다.
◆“특이성 갖춘 제품만 성공”
아모레퍼시픽은 싱가포르에 아세안법인과 연구소를 설립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윤하 아모레퍼시픽 싱가포르연구소장은 “특이성(singularity)을 갖춘 제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연구소인 에이스타(A*STAR) 소속 연구원들과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피부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만 알려진 성분들에 색을 입혀 세포를 배양·관찰한 뒤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좀 더 효과적인 피부 개선 성분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최민식 박사는 “에이스타는 60여개 국가에서 온 4600여명의 과학자가 근무하는 최첨단 연구소이기 때문에 이들의 혁신기술을 어떻게 상용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며 “아모레퍼시픽과 에이스타의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화장품을 개발하는 게 이곳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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