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는 섬이면서도 육지 같은 편안한 산보와 풍경 감상이다.
보길도는 섬이다. 그런데 막상 섬 안으로 들어 보면 섬인지 육지인지 분간이 안 간다. 육지에 있는 꽃은 섬에도 없는 게 없고, 대신 섬에만 있는 해안선을 따라서 돌고 도는 산보길, 그리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비릿한 바다의 맛은 역시 섬의 한가운데 임을 실감할 수 있다.
보길도 섬 내 산보 길은 잘 다듬어 져 있다. 해안선 도로, 산속의 산책로, 어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동네 산책로, 이곳 저곳에는 시골의 풍경이 흠씬 묻어 있다. 정겨운 시골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시로 만나는 동백꽃, 벚꽃, 복사꽃, 개나리, 논밭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자운영, 유채꽃, 민들레, 제비꽃 들의 향연, 수탉의 홰치는 소리, 가끔씩 울어 대는 동쪽 산의 뻐꾸기 소리, 이름 모를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향긋하게 느껴 지는 논밭의 인분 냄새까지도 평안하기가 그지없다. 그렇다 그 곳은 걷기에 참으로 좋은 곳이다.
아, 그래도 한가지 불만은 있다. 혼자 걷는 나그네에게 사납게 달려드는 시골 개들.. 정주기 어려운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