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I AN



 






 






베트남에는 많은 여행지가 있다.

그 중 1세기 경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가 있었고,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곳.

1999년에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호이안을 찾았다.



 



호이안까지는 비행기로는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버스로는 23시간이 걸린다. 호치민시를 거닐면서 종종보던 침대버스를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이번기회에 타보기로 했다. 밖에서 본 침대버스는 크고 넓어 보였다. 침대를 그대로 버스안에 옮겨 놓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버스안은 복잡하고 좁았다. 딱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다였다. 다리를 오무릴 수도 없어 정면으로 똑바로 누워야 한다. '아, 이러고 어떻게 23시간을 간다지...' 걱정이 조금 되기 시작했다. 불편한 잠자리에 뒤척취척 몇번을 깨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들리는 잡소리와 전화벨소리, 소근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밤이 깊자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다. 어디쯤 왔는지 알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를 베트남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하고 다시 출발. 점심이다. 이번에도 어딘지 모를 베트남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다시 출발. 저녁이다. 드디어 호이안 도착.

처음의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피곤하지도 않고 시간도 잘 갔다.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만한 경험이였다. 한번쯤 타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도착한 호이안의 첫날은 어둠속에 가려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이제 본격적인 호이안을 느낄 시간이다.


호이안은 15세기부터 태국과 필리핀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스페인의 상인과 뱃사람들이 몰려든 곳이다. 이른바 중세 베트남의 국제도시였다. 중국 인이 가장 먼저 정착하고,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풍경이 물신 풍긴다.

호이안은 "바닷가 마을"이라는 뜻의 베트남어로 하이포(Hai Pho)라고도 불린다.  일본다리를 중심으로 2개의 마을로 나뉘는데 하나는 일본인이 거주하던 곳으로 16~17세기, 무역이 번성했을 당시 일본인들이 특히 많이 드나들었고 그래서 일본인 마을까지 따로 생겨났다. 전성기에는 1000명이 넘는 일본인이 거주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에도 시대 쇄국정책이 시행되면서 일본인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일본인 마을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 일본 다리는 일본인에 의하여 지어졌는데 독특하게도 구조물이 다리를 덮고 있고, 다리의 한쪽으로는 사찰이 연결되는 구조물을 가진 다리이다.

호치민의 현대적인 건물들과는 달리 이곳 호이안의 건물들은 최소 100년 은 넘었을 법한 허름하고 고풍스러운 집들이 즐비했다. 건물은 대개 중국풍이였고 오랜 시간속에 바랜 아름다운 색채로 거리를 꾸미고 있었다. 어느 곳 하나 놓칠 수 없는 색채들로 되어있다.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물건들도 이런 풍경과 조화를 이뤄 더욱 멋스럽게 느껴졌다.



 






 









호이안의 구시가는 '도시'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짧았다.

길이가 500m쯤 되는 구시가와 투본 강변은 2층짜리 집과 상점, 화랑, 카페들로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다. 알록달록 예쁜 기념품과 그림을 구경 하고, 멋진 카페에 들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엔 시클로를 이용했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 며 호이안 시내를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였다.

이곳까지 와서 틀에박힌 호텔식당을 이용하는건 좀 재미없다는 생각에 호텔앞 식당에 들어갔다. 세 자매가 운영하는 식당이였는데 이미 많은 손님들로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모두 외국인이였는데 주문한 음식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우리도 주문을 했다. 그런데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주문한 음식은 나올 생각을 안한다.

옆 테이블을 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도 여전히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럴수가... 가만히 보니 이 바쁜 와중에도 자매들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담은 접시 하나씩 나른다. 또 한참이 지나서야 음식이 담긴 접시 하나를 들고 나온다. 또 한참이 지나 한 접시를 들고 나온다. 그 미소는 여전하다.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빨리 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드디어 한시간 반이 지나서야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느데 이런... 맛도 좋다.

공기밥 하나 추가했다.



항상 시간에 쫓겨 몸에 베어버린 빨리빨리. 지금 이 순간을 즐길 틈 없이 왜이리 서두르며 살까? 바쁜 삶 속에서 이런 여유와 기다림의 즐거움을 느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여유를 잊고 있던 내 삶에 잠시나마 느긋 함을 찾은 느낌이였다. 이것이 여행의 매력 아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