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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코리아타운, 선양 시타 일대이다. 아래 파란색 상자 부분이 시타 지역이고, 위의 빨간색 상자는 선양 중심가인 선양역과 타이위안가(太原街) 일대이다. 아래 시타 지역은 과거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미개발 지역이지만, 위의 타이위안가 일대는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한창 개발 중이다. 





서탑은 배가 고프다




모 교민경제단체 회장이 현지 교민신문을 죽이겠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한국인이 이해관계 문제로 한국인을 고발했다. 동종업자 한국인이 "모 업체가 잘 되는지 보자"며 악담을 한다.



중국에서 최초로 형성된 코리아타운, 선양 서탑(西塔, 시타)에서 요즈음 들은 말들이다. 서탑의 인심이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반증이며, '망하는 집안'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전 테러방지를 위해서 중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서탑을 비롯한 중국 한인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중 수교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십수년을 사업했던 한국교민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귀국하고 있다.



중국 현지 한인 경제의 위기는 몇년전부터 예상됐으며 필자는 온바오를 통해서 이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한인 경제의 위기는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른 한중 경제관계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제조의 나라에서 판매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 즉, 제조를 위해 진출했던 한국인 사업가들을 위한 코리아타운이 현지인을 위한 구조 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문제는 한인들 스스로 이와 같은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자, 당황해 하거나 밀려나고 있다.



현재 서탑에서 들리는 잡다한 말들은 따지고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즉, 배 고프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우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우리는 반도의 작은 나라에서 대륙의 넓은 나라에 와서 더 작아지지 않았나 반성해 보아야 한다. 세계적 경제대국인 미국이 경제적으로 휘청하는 가운데, 승승장구하는 중국에서 우리의 경제적 사정은 왜 이렇게 어려워지는지 따져볼 일이다.





마인드를 바꿔라



중국 코리아타운의 주축은 40대, 50대들이다. 마인드를 업그레이드 하기에는 이미 노화된 세대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사업과 생활의 초년생이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마인드를 앞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생존적 과제이다. 현대사회는 죽을 때까지 청년으로 살기를 요구하고 있다.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자. 경제적 상황이 어려울수록 긍정적 생각을 해야 한다. 어렵다고 울상을 짓고 남의 '뒷다마 까기'에만 정신 팔고 있다면 스스로 망하는 지름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남의 흠담이나 늘어놓는 사람과는 자리를 피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공유해 '희망의 기(气)'를 나눠가져야 한다.



중국인과 더불어 살자. 우리 교민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중국에 왔는지 중국에 있는 코리아타운에 왔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큰 나라에 와서 서울의 한 개 동보다 더 작은 서탑이나 왕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과 더불어 생활할 때,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고 중국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세상 변화를 읽자. 우리는 인류 역사상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세상의 변화를 알려주는 미디어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 현지 한국인들은 한국 방송도, 신문도, 중국 방송도, 신문도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한국인들을 위해서 온바오가 중국뉴스를 매일 보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안 보고 출처가 불분명한 귀동냥으로 중국, 나아가 세계를 인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계와 중국, 한국이다. 잠시라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퇴보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 속으로... 코리아타운의 새장 문을 열고 중국 속으로 왕래하자. 김치, 된장, 꼬추장 맛에 익숙해진 입맛을 쌍차이에도 익숙하게 바꿔보자. 선양의 타이위안가(太原街), 중가(中街) 등 번화가는 갈 때마다 새롭다. 중국 주요도시의 번화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것을 보며 코리아타운에 모여 사는 한국인 업소가 어떻게 살아남을 지 걱정됐다. 더 큰 걱정은 이 같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개업 버전으로 수년을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발전에 가치 있는 존재가 되자. 우리는 한국인으로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의 조국은 아니지만 중국은 우리의 제2의 고향이자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우리가 중국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다면, 이곳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때 대접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을 탓하고 부정부패를 핑계 삼지 말고 중국 발전에 중국인보다 더 큰 역할을 하면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법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던 시기에 기술과 자본을 갖고 오는 한국인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를 돌아보고, 중국에서 우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서탑을 선양의 명소로 만들자



맨해튼 한인타운이 지난해 7월 뉴욕시정부가 선정한 ‘2009 뉴욕시 9대 관광명소’에 포함됐다. 뉴욕시의회와 뉴욕시&컴퍼니 등 뉴욕시 관광, 마케팅 파트너십 단체들은 지난해 5월에 ‘2009 뉴욕시 9대 관광명소(Nine in 09)’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관광명소로 아홉군데를 선정했다. 언론은 이 소식을 전하며 뉴욕시 관광홍보 프로그램에 한인타운이 선정됨으로써 한인업주들의 비즈니스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한국인의 미국 무비자 방문이 가능해지자, 이같은 결정이 있었다. 뉴욕시정부가 한인타운을 시 관광명소로 선정해 현지 한인타운을 한국 관광객에 유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결정은 뉴욕시와 현지 한인타운 업주들의 공동 이해의 산물이기도 하다.



서탑에서 선양에 여행 온 홍콩, 베이징, 상하이 관광객들을 간혹 봤다. 대부분이 인터넷 검색 능력이 뛰어난 젊은 관광객들이었다. 서탑을 코리아타운 특색을 더 부각해 시정부 차원에서 선양시의 관광 명소로 활용한다면 선양시정부와 서탑 업주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선양시정부는 한국주 행사를 매년 열어왔으며 지난해 한중 노래잔치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국노래자랑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선양한국상회가 세계 한상대회를 선양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선양시정부는 2000년 접어들면서 이미 서탑을 세계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세우기도 했다.



서탑을 선양의 명소로 만들고 한국 관광객, 중국 국내 관광객을 끄는 또 하나의 특색이 된다면 선양시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선양은 한중 실크로드의 중심



몇년 후의 한중 관계를 상상해 보자. 한중 관계에 있어 가장 큰 변화의 계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중 육로 개통이며, 하나는 한중 FTA 실현이다. 이 두 가지 계기를 통해 20세기 초까지 펼쳐졌던 전면적 한중 교류의 장이 새롭게 복원될 것이다.



한중 양국의 수도, 서울과 베이징은 평양, 단둥, 선양을 거쳐 육로로 연결되고 관세의 장벽이 허물어진다. 이 같은 미래 비전을 보고 온바오는 중국에서 베이징과 선양을 전략적 관심 지역으로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해 왔다. 선양은 한중 양국 관계의 중심 도시가 될 것이며, 한국인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관문도시가 될 것이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인과 중소기업들이 칭다오를 비롯한 산둥성에 집중된 이유는 접근성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몇해 안 가서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이라 예상되며 한중 육로가 개통되면 선양이 한중 관계의 중심도시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롯데가 천문학적 자본을 투자해 선양시 역전에 서울 롯데월드의 두 배 규모로 선양 롯데월드를 건설하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교민에게 있어 선양시의 미래는 장미빛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미래 황금어장에서 생의 터전을 잡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현재의 어려움은 새벽이 오기전의 어둠이라 여기고, 한국 교민들이 협력해서 미래를 개척한다면 개인의 풍요로운 생활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양에서 십수년 생활해온 한국 교민사회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사람이라도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 경인년 새해에는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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