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꼬르넷) 박상수 기자 = 아르헨티나 시사만화가 끄리스뜨(Crist, 본명 끄리스또발 레이노소)의 작품전시회 '붓으로 표현한 한국(Corea en Trazos)'이 20일 중남미한국문화원에서 개막했다.



끄리스뜨는 73년부터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끌라린에 한 컷 짜리 시사만화를 연재해 오고 있는데, 해학적이면서 정곡을 찌르는 문제의식으로 상당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들은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한국만화1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닷새 동안 붓펜(1회용 붓)으로 그린 작품들과 끌라린에 게재했던 작품 가운데 환경과 폭력, 차별 문제를 다룬 작품 스물여섯 점이 전시됐다.



전시회에는 끼노, 깔로이, 까르도 등 아르헨티나에서 내로라하는 시사 만화가는 모두 참석해 끄리스뜨의 전시회를 축하했고, 김병권 대사도 "20년 전 아르헨티나 근무 당시 끄리스뜨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한꺼번에 여러 작품을 직접 감상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끄리스뜨의 지난해 한국방문은 작고한 언론인 김영길 씨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김 씨는 프레시안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끄리스뜨의 만평을 눈여겨보다 마침 한국에서 개최된 한국만화100주년 기념행사에 끄리스뜨를 추천했고, 끄리스뜨는 당시 한국방문 소감을 "한국인들은 매우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시내 중심가 고층 빌딩 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고무된 끄리스뜨는 이를 '거대한 거실(El Gran Living)'이라고 표현하며 붓으로 담았다.



또 닷새 동안 휴전선과 지방 유적지를 순회하며 풍광을 그림으로 남겼고, 그 가운데 일부가 이날 전시됐다.



끄리스뜨는 스스로를 '유머가(Humorista)'라고 평한다. 유머를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해 무작정 그림을 그리던 끄리스뜨는 타고난 재능으로 이미 17세 때부터 꼬르도바 스포츠신문에 만평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세계만평대회에서 남미 인디오가 컴퓨터를 통해 자신을 그리는 작품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끄리스뜨는 '자신의 작품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는 질문에 "웃음"이라고 답했다.



정치풍자는 이미 다른 만평가들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웃음을 전해주는 것이 작품 활동의 목적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의 작품들은 처음 접했을 때 희화된 캐리커처나 과장된 이미지들로 먼저 웃게 되지만, 환경과 사회전반에 대한 위트가 담긴 풍자는 오래 곱씹으며 생각하게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가운데 '관광객 전용(Solo para Turistas)'은 아르헨티나 북부지방의 인디오 복장을 한 가족을 둘러싼 관광객들의 카메라를 흑백으로 표현하며, 문화와 전통이 단지 볼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고, '남은 정글(Los Restos de la Selva)'에서는 타잔이 화분에 심긴 나무에 눈물을 흘리며 물을 주는 장면으로 환경파괴가 극에 달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끄리스뜨를 동료 만평가 깔로이는 "보통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구상을 하는데, 끄리스뜨는 우선 그림을 그리며 구상을 한다"며, "창작욕이 넘치는 대단한 화가"라고 평했다.





이날 전시회 리셉션에는 한국음식들이 제공됐는데, 김 대사가 환담 중 한국음식페스티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자 모두가 꼭 초대해 달라며 한국음식에 관심을 표했다.



또 이종률 문화원장은 22일 루랄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국제도서박람회에 한국관이 개설된다며 많은 참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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