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 시장 상황이요.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와 비슷해요. 한국도 1997년 ‘설화수’를 처음 냈을 때 ‘한방화장품’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7일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제천 아모레퍼시픽 중국 총괄본부장 부사장(55·사진)을 인터뷰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현재 상황을 묻자 그는 “중국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치열한 각축장”이라면서 “90년대 우리나라처럼 서구적 브랜드가 득세하고 있지만, 곧 ‘아시아’만의 가치에 눈을 뜰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사장은 “우리나라에 설화수를 출시한 90년대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 조차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면서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강하게 마케팅을 했던 것처럼 중국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은 당시 이례적으로 미용전문지에 설화수 샘플 30만개를 부착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했고, 그 입소문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그는 아모레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을 ‘철저한 사전조사’로 꼽았다. 사실 아모레의 중국사업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93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일찌감치 현지 법인을 개설했지만, 개혁개방으로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중국 쪽 수입판매상을 통해 고가 브랜드인 라네즈 판매를 시작했지만, 대리상이 말썽을 부려 고생도 했다.



유 부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중국 현지 경영이 답이라고 결정 내리고, 사업 진출 3년 전부터 철저한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아모레는 라네즈를 본격 출시하기 햇수로 3년 전인 2000년 성균관대학교 중국학연구소와 중국에 대한 공동연구를 했고, 보스턴컨설팅 등 글로벌컨설팅회사와 함께 중국 전략을 다시 짰다. 유 부사장은 “중국에 맞는 맞춤 인력양성을 위해 중국 대학에서 1년 동안 직원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렇게 양성한 인력들이 현재 법인장으로 현지화를 주도했다”고 귀띔했다.



철저한 준비의 결과는 놀라웠다. 유 부사장은 “2002년 라네즈가 팍슨백화점에 처음 입점할 때 백화점 입구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5일동안 메이컵 쇼를 진행했다”면서 “매장 안쪽에서 진행하는 시연행사가 전부였던 당시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을 받았다”며 자랑했다. 행사 첫날 이 매장의 매출은 1만4000위안, 한화로 200만원을 기록했다. 유 부사장은 “그때부터 백화점의 내부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입점 프레젠테이션 때 아모레를 무시했던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권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 부사장은 곧 취임 1년째를 맞는다. 그는 ‘하이 매스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라네즈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올해 새롭게 진출한 설화수를 통해 새로운 시장, 최고급 럭셔리 시장을 새로이 공략할 계획이다. 샤넬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에 있던 인재를 채용하는 등 양적 성장보다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 부사장은 “설화수가 ‘아시아의 지혜와 미를 대표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중국소비자들이 아시아 본래의 미용법과 성분,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설화수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기사제공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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