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지하철 건대입구역 인근 '양꼬치 거리'. 일자(一字)로 뻗은 600m 거리에는 중국어로 된 식당·환전소·여행사 등의 간판이 빼곡했다. 10여년 전부터 인근 화양동·성수동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소(小)차이나타운이다.

하지만 이곳이 3~4년 전부터 중국 유학생이 늘면서 '캠퍼스 차이나 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인근 건국대·세종대·한양대에 다니며 자양동에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 5000여명은 물론 서울 전역에 있는 2만명 이상의 중국 학생들이 찾아온다. 지역도 넓어져 양꼬치 거리는 물론 삼겹살·닭갈비 등 식당과 보세옷 가게가 많은 1·2번 출구 앞쪽을 아우른다.

10년 전만 해도 양꼬치 거리는 중국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과 식료품점 등이 있는 전형적인 차이나타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국 신세대 학생이 많아지면서 변하고 있다. 우선 전통 차이나타운에서 쉽게 못 보는 마케팅이 활발하다. 신세대 중국 유학생만 위해 음식값을 할인해주거나 요리를 하나 시키면 다른 메뉴를 주는 1+1 행사를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또 중국 학생들이 방석을 놓고 앉아 먹는 것을 불편해하자 목욕탕 의자를 내주기도 하고,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사각 테이블 대신 둥근 테이블을 새로 도입하는 곳도 생겼다. 정동주 다문화정책연대 실장은 "유학생 대상으로 가게를 하러 오는 중국인도 등장했다"고 했다.





 
3년 전 중국 옌볜에서 와 자양동에서 식당을 하는 심진걸(46)씨는 "옌볜에서만 한국, 특히 자양동으로 유학 간 '우리 학생(중국인 유학생)'이 한 2000명이나 된다"며 "자양동 가면 돈 벌 수 있단 소문이 옌볜에 자자해 한국에 왔다"고 했다.

양꼬치 거리만 바뀐 게 아니다. 인근의 한국인 대상의 거리도 중국화 바람이 분다. 상점 곳곳에 '可中文交流(중국어 가능)'라는 글이 붙어 있다. 부동산이나 노래방, 화장품 가게, 휴대전화 대리점 등에는 '出租房價格合理(합리적인 방값)' '有中國歌曲(중국노래 있어요)' '歡迎 外��人(외국인 환영)' 등의 문구를 중국어로 적어놨다.

화장품 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2년 전부터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고 있다. 박씨는 "요즘 신세대 중국 유학생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高)기능성 화장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큰손 고객"이라고 했다. 중국 톈진에서 온 오란(22)씨는 "중국에서부터 한국 옷과 화장품을 좋아했는데, 중국어가 통하는 가게가 많아 좋다"며 "한국 옷이나 화장품을 사서 택배로 중국 친구들에게 보내준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1980년대 한 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이른바 '소황제(小皇帝)'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경험한 냐오차오(올림픽주경기장) 세대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라 씀씀이가 큰 것이다.

부동산중개사 김모(46)씨는 "자양동에서 떠오르는 큰손은 중국인 유학생들"이라며 "부동산 보러 오는 손님 열 명 중 일곱 명이 중국인인데 그 중 2~3명은 중국 학생이다"고 했다. 3년 전 중국 하얼빈에서 온 한예기(22)씨는 "외로워서 친구와 함께 살지만 둘 다 어릴 때부터 혼자 방을 써오다 보니 각자 방이 필요해 투룸에 산다"며 "예전에는 중국에 있는 친구나 가족이 인민일보나 중국 책을 소포로 보내줬는데, 지금은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사제공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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