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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캐나다에 본부를 둔 한 단체에서 북한 학생들이 중국과 영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과 외국인들에게 북한 관광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다양한 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올해는 운 좋게도 2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양 4일, 개성 1일, 평성에서 반나절을 보내는 중 집단체조와 같은 단체 공연도 관람하는 행운(?)도 따랐다.
김정일 생일 하루 전인 2월 15일.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거대한 동상이 평양시를 내려다 보고 서 있는 만수대 광장을 찾았다. 사람들은 동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 꽃다발을 놓고 참배를 했다.
버스 창가를 통해 평양 시내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아직까지도 조선 시대의 건축 기술이 남아있을까 놀라움을 가졌다. 서울도 아닌 평양에서. 보통문 같은 옛 한국식 건축물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궁금해졌다. 또한 옛 소비에트연방 시절에 지어졌을 것 같은 건물들의 이미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또한 곳곳에 위치한 북한의 선전 문구, 슬로건이 쓰인 간판과 빌딩에 익숙해져야 했다. 체제 선전 문구들은 김정은 원수님을 따르도록 독려하거나 또는 지구상에서 미제 놈들을 영원히 쓸어버리자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쓰레기를 본 적이 전혀 기억에 나지 않을만큼 평양은 아주 깨끗했다. 평양 시내는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었지만 뭔가 조각조각 부서진 건물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파트에는 페인트칠도 되어 있지 않았고 창문도 없었다. 한창 건설 중인 건물들도 많았지만 건설 현장에 있는 크레인은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휴일을 맞아 야외에서 배구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른 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광경이었다.
공휴일 마다 평양 시내 거의 모든 광장에서 야외 무도회가 열리는 데 전국적으로도 그런 것 같았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인데 여성들은 한복을 남성들은 정장을 입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이지 두꺼운 겨울 코트도 입고 있었다. 야외 무도회는-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었지만-실제로 보니 꽤 흥미로웠다. 예전에 한번 봤던 영국 스코틀랜드의 전통춤 같았다. 비록 음악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군대식 전자음악이었지만.
무도회는 큰 원을 빙글빙글 돌면서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은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는데 가끔 여성들, 또는 남성들끼리 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현지 가이드로부터 이런 야외 무도회에서 연인들을 만나기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춤추는 방식은 따라하기 쉬운 편이었다. 몇 분 동안 지켜보고 같이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껴 친구들과 함께 달려가 큰 원에 들어가 같이 춤을 췄다. 북한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이리저리 우리를 쳐다보며 농담도 건넸다. 노래가 몇 곡 흐른 뒤에는 북한 여성과 춤을 출 용기도 냈다. 그녀가 리드를 너무 잘해서 우리는 마지막 노래가 흐르는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복을 입고 공식행사에 나온 북한 여성 중 한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바일 기술은 이미 평양에도 널리 퍼져있었다. 휴대폰 대부분은 북한 현지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들이다. 모바일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 혁신인 것 같다.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조차 북한 내 전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무려 6번이나 정전이 됐고, 사전 공지도 없이 호텔 문이 닫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중에 처음으로 전기가 끊겼는데 우리는 바로 음식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반면 호텔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속해서 음식을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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