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습지는 하염없이 걷기에 최적인 곳이다. 가족과 함께 우우 거리면서 이것저것을 기웃거려 가면서 애기를 안고 업고 가도 좋은 곳이며, 연인끼리 조용히 잡을 듯 말 듯한 손잡이로 은근히 갈대 길을 걸어도 운치가 있으며, 속없는 나그네 한 명이 불어오는 샛바람 맞으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다가, 저 멀리 바닷가에서 ‘끼욱끼욱’ 울어 대는 갈매기 소리에 젖어 보거나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갈대에 마음을 같이 놔 버려도 좋기만 한 산보 길이다.
산보는 바쁜 마음으로 걷게 되면 즐거움이 덜하다. 산보의 마음은 목표도 목적도 없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빈 마음에 본인의 취향에 걸맞은 묘한 즐거움이 새록새록 차게 되는 것이다. 순천만은 산보하기에 딱 맞는 곳이다.
순천만 습지를 산보하다 보면, 잃어버렸던 어릴 적 추억의 밭을 다시 갈 수가 있다. 온몸이 갯벌에 빠지면서 한 마리 뻘 게, 낙지, 다슬기, 망둥이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난다. 그리고 여름이면 항아리에 가득 담아서 간장과 함께 끼니를 때웠던 꽃게의 추억이, 순천만 습지에서는 갯벌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갯벌의 뽀글뽀글 피어나는 구멍을 통해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망둥이와 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이미 갯벌 속에서 헤매고 있다.
순천만 습지에는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 부리 저어 새, 큰 고니, 검은 머리 물 떼 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 종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순천만 습지에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는 무려 230여 종이라고 한다. 겨울 어느 날 습지에 오게 되면 온 천지의 철새들이 하늘을 메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