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46만여명에 육박하면서 외국인 마을이 곳곳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국적인 거리와 색다른 음식, 개성 있는 상점 덕분에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며 명소(名所)가 된 곳도 많다. 화교가 많이 사는 마포구 연남동과 조선족과 한족이 밀집된 영등포구 대림동, 프랑스인이 몰려 있는 서초구 서래마을 등이 그렇다.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15년 외국인 주민 현황’을 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174만1919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했다. 안산과 시흥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각각 11.8%와 11.5%에 달했고, 포천·화성·안성·거제·아산·김포·오산 등도 모두 5%를 넘어섰다. 한국 사회가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의 초입으로 진입한 셈이다. 조선비즈는 서울에 있는 외국인 마을을 찾아 이 지역에 사는 외국인의 생활·거주환경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조선일보]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 속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대림동 중국인 거리가 보인다. 중국인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 곳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이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중국어가 쓰인 간판 사이로 한국어 간판이 듬성듬성 눈에 띄고, 시장 골목에는 상점에서 틀어 놓은 중국 노래가 흘러나온다. 골목에는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과 중국산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골목을 걷다 보면 영업을 준비하는 점원들이나 길을 가는 행인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한국어보다 더 많이 들려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 90년대 중반 일자리 찾아 中 떠난 사람들…대림동에 터 닦으며 거리 형성
이 지역 공인중개소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림2동 일대가 중국인 거리로 형성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대림동 주변 구로공단으로 일자리를 찾아 중국에서 건너온 한국계 중국인(조선족)과 중국인들이 이 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중국인 밀집 거주지가 됐다. 낮은 임대료와 지하철 역세권 등 발달된 교통 여건도 이들이 이 곳에 자리를 잡는데 영향을 미쳤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내 등록된 외국인은 총 27만4957명이다. 이 중 중국인(5만6605명)과 조선족(14만2168명)이 전체의 72.3%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대림2동이 속한 영등포구(3만7380명)가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중국인과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대림2동 동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이 된 사람은 총 1만4431명이다. 그 중 외국인이 약 9850명, 조선족은 4750여명이다. 주민의 70% 정도가 외국인이고 이들 외국인의 절반 가량은 조선족이라는 소리다.
대림2동 일대 D공인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나 미등록 외국인 등을 포함하면 아마 주민의 80% 정도는 될 것”이라며 “외국인은 거의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은 이 지역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연립주택에 주로 거주한다. 대부분 돈이 없다 보니 월세 거래가 주로 이뤄지지만, 일부 돈이 있는 중국인들은 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1층은 상가로 쓰고 2~3층 건물에 직접 거주하기도 한다.
이 지역 월세는 보통 전용면적 9.9~13.2㎡(3~4평) 기준 보증금 100만~500만원에 월세 20만~4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있다. 이 중 보증금이 낮고 월세가 저렴한 물건은 지하 층에 화장실도 공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은 대지 면적을 기준으로 거래되는데 보통 3.3㎡ 당 700만~1500만원 선을 호가한다. 김회기 팔구사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아무래도 조선족이나 중국인 중에는 돈을 벌러 한국에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목돈이 부족해 싼 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한 조선족에게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 짜리 방을 보여줬더니 이보다 더 싼 방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