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부터 나흘 동안 이어진 이번 연휴 기간에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이태원 거리 등 주요 관광지는 온통 중국 관광객들 차지였다. 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면세점 소공점 9층의 화장품 매장은 중국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방에서 "둬사오첸(얼마예요)"이라는 중국말이 들렸다. 송혜교가 광고모델을 맡고 있는 한 화장품 매장 앞엔 송혜교가 드라마에서 사용한 립스틱 제품을 사려는 중국인 여성 20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중국 저장성에서 온 류팅(23)씨는 "친구들이 모두 사다 달라고 해서 립스틱 5000위안(약 89만원)어치를 샀다"고 했다.
이날 종일 비가 내렸지만, 서울 홍대 앞과 이태원엔 우산을 쓰고 골목 곳곳을 누비는 중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홍대 앞 한 화장품숍을 찾은 중국 대학생 안야(22)씨는 "스마트폰을 보고 일단 가게만 찾아가면 주인이나 종업원이 중국어를 잘해 무척 편하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백만성 홍보과장은 "전통적인 히트 상품인 드라마뿐 아니라 K패션, K푸드 등 한류 열풍이 생활속으로 침투하면서 중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식사를 하러 서울 명동에 나온 회사원 장모(29)씨는 "을지로와 명동 거리에 한국 사람은 안 보이고 중국말만 들려, 내가 중국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중국 3대 연휴인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2일)가 포함된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엿새 동안 한국을 찾은 중화권(중국·대만·홍콩) 입국자 수는 14만7000여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전인 작년 5월 초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관광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는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 29일~5월 8일)를 한국에서 보내려는 일본인 입국자(4만3000명)의 3.5배에 달했다.
중국 관광객은 숫자뿐 아니라 씀씀이도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시의 '2015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331만원으로 2011년(260 만원)보다 70만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관광객 지출액은 1인당 190만원에서 107만원으로 80만원 줄었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연택 교수는 "유커들의 한국 방문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재방문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