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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째날]
브루킹스硏·헤리티지재단 등 韓·美 전문가들이 본 '한반도'

김숙 前 6자회담 수석대표 - "효과 없는 6자회담 미련 버려야"
샤프 前 주한미군 사령관 - "北 내부에 진실 알리는게 관건"
시플리 前 뉴질랜드 총리 - "핵포기때 北에 줄 대가 생각을"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첫째날]
브루킹스硏·헤리티지재단 등 韓·美 전문가들이 본 '한반도'

김숙 前 6자회담 수석대표 - "효과 없는 6자회담 미련 버려야"
샤프 前 주한미군 사령관 - "北 내부에 진실 알리는게 관건"
시플리 前 뉴질랜드 총리 - "핵포기때 北에 줄 대가 생각을"

[조선일보]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해온 브루킹스연구소, '미국 보수주의의 젖줄'로 불리는 헤리티지재단, 한국의 대표적 안보 싱크탱크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북핵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최근 김정은 정권이 36년 만에 노동당 대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 "누가 뭐래도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소장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유효했지만 이제는 타당성이 없다"며 "북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책적 접근이 실패했음을 깨닫고 인접국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안보를 추구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동아시아 안보질서’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이상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 교수,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동북아정책연구소장,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 김숙 전 유엔 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김숙 전 유엔 대사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의 항구적 견지를 선언한 이상 핵 보유에 대한 의도는 다른 가정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명확해졌다"며 "이제 6자회담은 타당성을 잃었으며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움직여야 한다"며 "압박 없는 외교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던 중국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겠다는 중국의 정책은 실패했다"며 "이제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핵 포기가 아닌 핵 동결을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사는 '핵 동결론'에 대해 "오판의 소지가 있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핵 동결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중간단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를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전도된 논리"라고 했다.

한동안 금기시됐던 북한의 정권 교체와 급변 사태도 거론됐다.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은 "남북 합의에 의해 평화통일로 간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다리는 통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동맹,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세션에서 발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월터 로먼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 연구소장,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교수, 랜디 슈라이버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아무리 대북 제재와 압력을 외부에서 가해도 변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 없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며 "북한 내부에 인권 상황과 진실을 어떻게 알리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통일되면 잘살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하려면 이 지역 국가들이 한반도 통일 이후 상황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토론자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려면 충분한 유인과 꾸준한 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니 시플리 전 뉴질랜드 총리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국가들이 무엇을 줄 수 있을지를 북한보다 먼저 생각해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와 터키의 사례를 예로 들며 "10년 전까지만 해도 키프로스 통일 문제를 놓고 얘기조차 안 했던 두 나라가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사태 해결에 접근하게 됐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벽을 쌓을 것이 아니라 다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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