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5-06
  • 언어선택
▲ 삼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 KBS 드라마 ‘느낌’에서 미남 배우 (왼쪽부터) 이정재, 손지창, 김민종이 삼형제를 연기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orea.net] 섭씨 39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94년 여름,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미남, 미녀 스타들의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그 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16부작으로 방영된 KBS 드라마 ‘느낌’은 당시 최고 미남배우로 통했던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이 세 남자의 가슴을 동시에 설레게 한 여주인공은 배우 우희진. 당시 갓 스물을 넘긴 청춘 스타들은 풋풋한 외모로 뭇여성들과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세 남자가 엮어내는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는 당시 감수성이 풍부한 10, 20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한빈, 한현, 한준 삼형제의 집에 어머니 친구의 딸인 유리가 등장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프랑스에서 건너온 유리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프랑스로 입양됐다. 자상한 성격의 맏형 한빈, 여자에게 무관심한 지적인 모범생 둘째 한현,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툭하면 싸움질을 하는 마초 성격의 막내 한준은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를 갖춘 미대생인 유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유리 역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세 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냉철하고 꼼꼼한 성격의 둘째 한현은 오래된 엄마의 통화 녹음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다. 유리의 친오빠가 삼형제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현은 나머지 형제들과 전혀 닮지 않은 외모와 혈액형 마저 미심쩍은 자신이 유리의 친오빠라고 생각하고 혼자 가슴앓이한다. 한현은 이에 관해 발설하지도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성질 급한 막내 한준은 유리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고, 유리는 장난처럼 넘겨버린다. 어느 날,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유리는 프랑스로 돌아간다.

4년이란 세월이 흘러 유리는 프랑스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국에 다시 정착하러 돌아온다. 유리가 돌아오자 삼형제는 또 다시 지난 감정에 이끌린다. 유리의 마음을 빼앗은 한 사람은 자신이 친오빠라고 알고 있는 한현. 자신이 오빠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한현은 당연히 거절한다. 둘 사이에 마음이 더욱 깊어지면서 한현은 결국 “삼형제 중에 유리의 친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뜻밖에도 유리의 친오빠는 유리를 가장 좋아하던 막내 한준이었다. 유리의 친모가 죽자 삼형제의 어머니는 그의 아들인 한준을 맡고, 프랑스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가 딸 유리를 맡게 된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한준은 유리를 멀리서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혼자 말한다. “널 가질 수 없어도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였으니까.”
▲ 1994년에 방영된 KBS 16부작 드라마 ‘느낌’에서 여주인공 유리 역을 맡은 배우 우희진은 청순하고 단아한 외모로 드라마 속 삼형제뿐만 아니라 전국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춘남녀의 솔직하고 아슬아슬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였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로 시작하는 주제곡 ‘그대와 함께(With You)’는 주인공들 간의 애틋한 감정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 곡은 주인공 한빈과 한현으로 열연한 배우 손지창과 김민종이 함께 불러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가요 차트 1위를 휩쓸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10대 시절 광고모델로 출발한 여배우 우희진도 이 작품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됐다. 그녀가 열연한 유리의 청순한 이미지는 전국에 ‘긴스커트’, ‘긴 생머리’를 유행시켰다. 드라마 속 유리처럼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여성스러운 긴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그 해 여름을 누볐다.

윤석호 감독은 “이 작품에서는 내가 추구하려는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며 “실제로 제목을 ‘느낌이라고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느낌’의 배우를 많이 썼다”며 드라마 제작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인물 하나하나의 매력과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다”는 윤 감독은 ‘가을동화(2000)’, ‘겨울연가(2002)’ 등 히트작을 만들어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느낌’ 속 인천 서해안 ‘사승봉도’
주인공들이 여름휴가로 떠난 곳이 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있는 작은 섬 ‘사승봉도’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쯤 서해로 나가면 작고 한가로운 무인도와 만난다. ‘모래의 섬’ 사도(沙島)로도 불리는 이곳 ‘사승봉도’는 썰물 때면 동북쪽으로 길이 2km 폭 200m, 서북쪽으로 길이 2.5km 폭 1km의 드넓은 백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덕 위에는 해송, 참나무, 오리나무, 칡 등이 우거져 있다. 특히 여름에는 깨끗하고 고운 모래로 다져진 백사장에서 야영을 즐기고,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바다의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아 해수욕을 즐길 수 있으며, 바닷물이 빠질 때면 골뱅이, 소라, 낙지, 게 등의 해산물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치 때문에 드라마 ‘느낌’뿐만 아니라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 KBS·MBC 리얼리티쇼 ‘1박2일’, ‘무한도전’ 등 많은 TV프로그램의 배경이 됐다.


※ 사승봉도 찾아가는 법:
사승봉도로 한번에 가는 배가 없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그리 쉽진 않다. 먼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자월도, 이작도를 경유해 승봉도에 닿는 쾌속선을 이용한다. 하루 4번 이상 운항을 하지만 비수기에는 하루 1~2번 운항한다. 1시간 정도 쾌속선을 타고 가면 승봉도에 도착한다. 승봉도에서 사승봉도까지 가는 정기 배편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낚시 배를 예약해야 한다. 시간은 약 10분 가량 소요된다.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사진 KBS, 연합뉴스
jiae5853@korea.kr
관련뉴스/포토 (6)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