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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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일, 드디어 홍도행 동양 고속 훼리호에 올랐다.

홍도행 여객선은 목포에서 하루에 두 번 출발한다. 아침 7시 50분, 오후 1시다. 홍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반 정도다. 물론 가는 도중에 비금도, 도초, 흑산도 항구에 들렀다 가는 시간이다.

목포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오후 1시에 신분증 보여 주고, 동양 고속 훼리호에 승선했다. 마음 한곳에는 왠지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배 멀미에 대한 불편함이 머릿속을 잠시 지배하였지만, 사전에 챙긴 멀미 약 1봉지 털어 넣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 출발이다.
사실 홍도 여행의 관건은 하늘이다.

그날 날씨가 어떠한가에 여행의 90%가 좌우된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안개가 짙게 낀다면 배가 출항하지 못하고, 배는 떠나더라도 무엇을 볼 수 있겠는가? 나는 행운아다. 지난 지리산 피아 골 이후 날씨 하나는 끝내 준다. 오늘은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가는 새털 구름과 애기 뭉개 구름의 조합이 여행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목포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파란 하늘과 푸르디 푸른 다도해를 배경으로 화살처럼 빠르게 순항하고 있다. 좋은 날씨 덕분에 파도는 잔잔하고, 바다 멀리 왔다가 사라져 가는 섬 조각 하나 하나가 선명하게 부각되고 갈매기는 정답게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막연한 걱정은 기우였다.
오후 3시 반경에 홍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아담한 홍도의 정경이 눈 안에 선명하게 반사되었다. 바닷가, 항구, 섬이야 한 두 군데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홍도의 첫 느낌은 고요함 속의 생동감, 그리고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자, 이제 홍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사실 홍도 여행을 앞두고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을 수소문 했는데, 혼자 라고 하니 합류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이유는 혼자 손님은 통제가 어렵고, 종종 자살 등의 사고가 많아서 피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좋다. 그냥 배편 승선권 구매하고 현지에서 해 온대로 혼자서 멋대로 구경하면 된다. 주중이고 성수기는 피했으니 숙박이야 문제 없지 않겠는가?
자, 이제 하늘을 보니 곧 해가 저물 듯 하다.

우선 홍도 전면에 우뚝 솟은 '깃대 봉'을 향해 먼저 다녀와야겠다. 편도 2킬로미터 정도, 1시간 올라가면 되지 않겠는가? 오르는 길은 잘 닦여 있다. 나무 계단으로 예쁘게 단장하였고, 가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면 홍도의 섬들이 눈 안에 가득하다.

그런데 홍도는 왜 홍도라 했을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깃대 봉까지 가는 길은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꽤, 쉽지 않은 여정이다. 아마도 늦은 오후에 배고 고파서 힘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으로 온몸에 땀 흘려 가며 도착한 깃대 봉, 해발 365미터 고지다. 홍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 셈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일망무제' 맑은 날씨에 저 먼 흑산도, 가거도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으며, 보일 듯 말 듯한 저 먼 끝 쪽은 중국 상해라고 한다.
깃대 봉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에 안고 이제 천천히 하산하면 된다.

서산에 걸린 해가 곧 넘어 갈 듯 하다. 과연 홍도의 낙조는 어떨 것인가? 기대가 된다.중간 정도 내려 오니, 딱 일몰 직전이다. 그 어느 곳이든지 맑은 날씨에 석양의 홍조는 아름답지 않겠는가? 주변이 어두워 질 때까지 이런 저런 홍도의 일몰을 사진기에 담았다.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인 셈이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아직 방을 구하지 못했다. 어느 집으로 갈 것인가?

선착장 인근에서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 모텔 집 할아버지가 반색 하신다. 숙박비 3만원, 식사도 가능하다. 맞춤 형이다. 두말 없이 짐을 풀고, 밀린 숙제 하듯이 허기진 저녁식사를 때우면서, 소주 한 병 달라고 했더니, 주인 할아버지께서 인근 슈퍼에 가서 사 오라고 한다. 본인 집에서는 4천원, 슈퍼에서는 1천4백 원 이란다. 참, 고맙기는 한데, 왜? 혼자 여행 하다 보니 조금 처량해 보였나 보다.
2017년 11월 2일,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였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는 홍도 일주 유람선 승선 시간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위해서 문을 나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홍도 바다를 보고 숨이 탁 막힌다.

아! 바다가 온통 벌겋다. 그래서 홍도(红岛)다!

홍도 전체가 홍조로 붉게 물들였다. 여명에 반사되는 태양의 붉은 색깔이 바다를 염색했고, 홍도 전체를 빨갛게 물들였다. 그래서 홍도라고 했나 보다. 행운이다. 뭘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식사하기 위해 문을 열었을 뿐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번 남도 여행의 백미다.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오전 7시 반부터 오전 10시까지 두 시간 반 동안 홍도 유람선을 타고 일주 했다.

홍도의 명소가 총 출동 된다. 일출봉, 노적 봉, 남문 바위(해탈 바위), 시루떡 바위, 거북 바위, 석화 굴,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등장하는 독립문 바위 등 홍도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기암괴석, 식물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연 한국인 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의 하나라는 데 공감이 간다. 더구나 구성진 사투리에 맛깔스런 해설은 바다 내음을 살지게 하고, 직접 배에서 썰어다 준 '막 썰어 회'는 소주가 설탕의 맛으로 바뀐다. 역시 홍도다.

10시 50분에 홍도에서 흑산도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30분 소요된다.

흑산도의 맛도 깊지만, 홍도에서 여명에 물들이는 붉은 색깔의 깊은 여운은 다른 명소의 기억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흑산도에는 애절하면서도 왠지 가슴의 한을 불러 일깨우는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으며, 지금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흑산도 아가씨 (2절) 이미자 노래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흘러 온 나그네인가 귀향 살인가
애타도록 보고픈 그 서울을
그리다가 검게 타 버린
검게 타 버린 흑산도 아가씨

이미자 씨는 이 노래를 아가씨 시절에 불렀지만 그 때는 흑산도에 와 보지 못했고, 70살이 넘고 노인이 되어서 흑산도를 방문했다고 한다. 어찌 인생 마음먹은 대로 되겠는가?
오후 3시 30분에 흑산도에서 목포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지난 일요일부터 시작된 구례 지리산 피아 골, 순천만 습지, 목포 유달산, 마지막으로 홍도, 흑산도 여행이 마무리 된 셈이다.

이번 여행은 어떠했는가? 전적으로 행운이다. 청명한 날씨도, 붉게 타오르던 피아 골의 단풍과 홍도 여명의 바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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