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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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자유무역구 출범 6개월

36개 기업등록 창구에 상담은 고작 하루 30여건

시행세칙 없어 외환거래 아직…

한국 등 외국기업 584개 등록…"중국 서비스시장 선점" 기대



[한국경제신문 ㅣ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제2개혁·개방 출발점’으로 주목을 받았던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지난해 10월1일 공식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교육 병원 등 외국인 투자금지 업종들이 풀렸고, 금리 및 외환 자유화를 위한 금융 개혁 방안들이 속속 발표됐다. 그러나 “파격적인 금융과 서비스의 실험구”가 될 것이라던 중국 정부의 장담과 달리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선 아직 ‘파격’을 찾기 어려웠다.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개혁조치의 세부방안아 나오지 않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보세구와 달라진 것 없다”
















지난달 28일 상하이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진 와이가오차오 보세구역. 이곳에 있는 상하이자유무역구 관리위원회 건물 앞에 도착하자 30~40대 여성 10여명이 전단을 들고 몰려들었다. 기업 등록 대행업체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6000위안(약 110만원)만 내면 외자기업의 모든 등록을 대신 처리해준다”며 “관리위원회보다 우리 회사에서 상담하는 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기업 등록을 처리하는 36개 창구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창구에는 사람이 없었고 상담받는 사람도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등록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왕훙 씨는 “한때는 등록 기업들이 몰려 건물 밖까지 줄을 설 정도였지만 지금은 하루 등록이 30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초기에 기업 등록 원스톱서비스를 내세웠다. 수개월 걸리던 기업 등록을 단 3일 만에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등록에 걸리는 기간은 외자기업의 경우 두 달, 중국 기업은 한 달”이라고 왕씨는 설명했다.



관리사무실을 빠져나오자 맞은편 건물에 농업은행과 홍콩 동아은행 간판이 보였다.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구 내 주민들에게 해외 투자를 허용하고 300만달러 이하의 외화예금 금리도 자유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농업은행 직원은 “아직은 달라진 것이 없고 인민은행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내놔야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금리와 외환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보세구와 달라진 점이 없다는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경기도 시들해졌다. 와이가오차오 주변의 주택거래는 지난 1~2월 161채로 전년 동기에 비해 60%나 줄었다. 가격도 ㎡당 1000~2000위안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HSBC 씨티 등 9개 은행 문 열어



현재 자유무역구 내에는 HSBC 씨티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 9개 외국계 은행이 문을 열었다. 무역구 내 은행지점 개설을 신청한 20개사 중 절반 가까이가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다. DBS 관계자는 “개인 고객이 오면 역외투자 등에 대한 세칙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국무원은 지난해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총체방안’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도 분야별 시행세칙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금리 자유화, 외환 투자, 자본의 해외유출입 등 주요 개혁에 대한 실행 방안도 공개하지 않았다.



시행세칙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경기둔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 △자유무역구 내 금융개혁 영향이 밖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 △정부 내 갈등 등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기관 등의 보수적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위융딩 사회과학원 교수도 “중국은 굳이 금리 자유화와 자본계정 자유화 등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 20여곳 진출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그래도 조만간 큰 변화가 올 것이란 기대에 들떠 있었다. 물류업체 훙밍의 쉬빈 세무담당 임원은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전례없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특히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월부터 자유무역구 세관에서 모든 통관을 스마트카드로 처리하고 ‘선통관 후신고’ 제도를 전면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그는 “위안화 결제 허용, 금리 자유화에 따른 저금리 자금조달, 해외 외환투자 자유화 등이 시행되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구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이야퉁의 왕하이룽 사장도 자금조달과 외환거래에서 획기적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외환관리국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환을 거래하고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무역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범 뒤 지난달 19일까지 7257개의 기업이 자유무역구에 등록했다. 이 중 외자기업은 8%인 584개였다. 한국 기업 20여개사도 등록을 했다. 이민호 KOTRA 상하이무역관장은 “최근 무역구 관계자들에게 한국 기업들의 입주 등록을 확인했다”며 “의료 교육 등 한국이 강점이 있는 서비스 부문이 개방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주로 은행과 물류기업들이 자유무역구 진출에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의료업체 한 곳이 병원 설립을 추진 중인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여의도의 10배 면적에 동아시아 금융허브 목표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지난해 9월 말 상하이 푸둥지역의 기존 4개 보세구를 통합해 출범했다. 면적은 28.8㎢, 서울 여의도(2.9㎢)의 약 10배 정도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맞먹는 동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금융과 현대서비스업의 개혁·개방 조치들을 실험한 뒤 2~3년 후 전국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상하이자유무역구는 지난해 금융업 골프장 등 외국인 투자항목 190개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했다. 또 금리 시장화, 자본계정 자유화, 금융업 개방 등 금융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기존 네거티브 리스트에 있던 금지 품목을 40% 추가로 줄인 2014년판 네거티브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개인의 외환 거래와 금리 자유화 등에 대한 시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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