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달 · 중국 중남임업과기대 한국어학과 교수·前 대만 외교관





필자는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해마다 수업 시간에 중국 학생들에게 10월 9일은 한국의 무슨 날이냐고 묻고 한글날임을 상기시킨다. 사실 한국어 전공 학생들은 '한글날'을 그냥 스쳐 지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중국 각 대학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를 유도하고 지원했으면 한다. K팝과 한류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통해서 한글의 창제 역사, 한글의 과학적인 특성, 한글의 중요성, 한글의 세계화 등을 참가 연사들의 입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면 그 효과는 무엇보다 크다 하겠다. 이 점은 지난 5월 우리 대학에서 개최한 말하기 대회에서도 충분히 입증됐다. 연사들의 연설 주제들을 보면 '재미있는 한국어' '한국 드라마, 그 인기의 이유' '한국 속담에 나타난 떡문화'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등 대부분 한글, 한류 혹은 한국 문화와 관계된 것들이었다. 특히 인터넷에서 한·중 양국 젊은이들이 오해로 인해 때때로 '언쟁'을 펼쳐 감정이 상하는 문제들을 이번 말하기 대회를 통해 다소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둘째, 대학마다 돌아가면서 해마다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하도록 지원하면 좋겠다. 문화의 날 행사는 내용이 다양하고 풍요롭다. 학생들이 직접 한복을 입어 보고 또 김치를 만들거나 윷놀이를 즐길 수 있다. 여러 가지 한국 도서, 예컨대 한국어 사전, 한국 소설, 한국어 교재 등을 소개할 수 있고, 한국 관광 포스터와 관광 가이드 책자도 인기 품목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는 짧은 공정 기간에도 완성할 수 있지만, 문화는 하루아침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오늘날 중국 대학생 대부분이 '6·25는 남한의 북침이다' '한국보다 조선을 더 좋아한다' '한국은 미국의 앞잡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반공 교육을 받은 것처럼 이들도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푸는 방법은 첩경이 없다. 시간이 필요하고 나아가 장기전으로 전개해야 한다. 문화 교류는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이루어져야 한다.

내년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양국이 여러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기념행사에 꼭 포함되기 바란다. 이 두 가지 행사야말로 진정 한글날을 빛내는 길이다. [기사제공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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