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연대 연기만 피워
정치권의 개헌과 정계 개편 논의는 설만 난무하고 가닥은 잡지 못하고 있다. 유·불리 셈법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각 주자는 설 연휴 기간 연대를 위해 부지런히 탐색전을 벌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나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연대’를 제안했다. 손 전 대표는 “보수세력에 얹혀서 정치한다면 곤란하다”며 ‘개혁 노선’을 택하라고 요구,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을 두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뜻을 같이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경제민주화에 매력을 안 느낀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반 전 총장 귀국 뒤 여러 발언으로 볼 때 함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체성이 빠진 원칙 없는 이합집산 추진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주자 간 본격적인 정책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일부 현안에 화두를 제시하고 있으나 분야별 정교한 공약은 멀었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공약 검증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공약을 내놓더라도 대기업 규제, 퍼주기식 복지 에 치중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계열분리명령제, 노동이사제 도입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 보수-진보 대결 구도는 이번 대선에서 찾기 힘들 전망이다.
비슷한 공약이 나오다 보니 유권자의 선택 폭은 좁아지고 있다. 복지 공약들은 정교하게 짜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재원 대책이라곤 세율 인상 외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최악의 고용한파가 몰아치는데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일자리 만들기 법안은 국회 심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