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목함지뢰 도발(8월 4일)로 촉발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8월25일)로 완화되면서 재확인된 것은 대북 확성기의 효과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위해 대남 위협을 한층 끌어 올렸다가 남한의 강력한 대응에 꼬리를 내렸다. 결국 확성기 중단에 사활을 건 북한은 고위급 접촉에서 저자세로 일관해 남한의 확성기 방송 중단합의를 얻어냈다. 때문에 북한 군인뿐 아니라 주민들의 독재체제에 대한 ‘각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확성기 등 대북방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은 9회에 걸쳐 비대칭적 수단인 대북방송의 효과와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본다.




[대북방송 특별기획④]

탈북자 “음질 좋은 중파 라디오, 청취자 10배 이상 늘릴 것”




[데일리 엔케이 ㅣ 김가영 기자] 지난 달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대북확성기뿐 아니라 대북방송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지만 대북 민간방송이 하고 있는 단파 라디오 방송은 음질 등의 문제로 많은 수의 북한 주민이 청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음질이 좋은 중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중파 라디오에 대한 재밍(방해전파)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만큼 중파 출력을 현재 자유아시아방송이 하고 있는 100kWh 이상으로 송출해야 북한이 재밍을 하더라고 주민들이 대북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음질이 좋지만 북한 전(全) 지역에 도달하지 못하는 중파의 단점을 보완해줄 단파 라디오 방송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제안도 제기된다.



◆AM 주파수, 왜 필요한가?= 북한에서 대북라디오 방송을 청취했다는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대북라디오 청취율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음질이다. 라디오 채널이 전부 북한 중앙방송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단속을 피해 대북라디오 주파수를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만 대략 1시간 걸린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때문에 대북라디오 방송을 취향에 따라 듣기보다는, 주파수를 찾던 중 가장 잘 들리는 방송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인상 깊거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 그 이후로도 해당 방송을 찾아듣게 되지만, 이마저도 음질에 따라 청취 지속 여부가 달라지기 태반이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는 크게 FM과 AM 전파 그리고 단파로 나뉜다. 이중 FM 전파는 소리가 또렷한 대신 전파가 멀리까지 가지 못해 북한 지역에서는 들을 수 없고, 단파는 도달 거리가 긴 대신 음질이 불안정해 청취 환경이 좋지 않다. 반면 출력 100kWh AM 전파는 북한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고 북한 재밍에도 주민들이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북한에서 대북 라디오 청취 경험이 있는 군 간부 출신 최규원(가명·54) 씨는 “AM 전파를 쏘는 KBS 한민족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 등이 그나마 가장 잘 들렸다”면서 “그 외 민간대북방송은 우연히 접한 후 다시 들으려고 해도 주파수를 찾기 어렵거나 음질이 나빠 청취가 쉽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이 전파가 센 북한 방송을 의도적으로 대북라디오 방송 주파수 가까이에 배정하기 때문에 소리가 혼합돼 들릴 때가 많고, 여기에 각종 단파 무전기를 포함한 전파들까지 뒤섞여 청취가 쉽지 않다”면서 “AM 전파 없이는 대북라디오 방송이 황해도 너머의 지역까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송경진(가명·42) 씨도 “북한에서 그나마 잘 들렸던 자유아시아방송(RFA)와 미국의 소리 방송(VOA) 등이 모두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송출하고 있었다는 데 많이 놀랐다”면서 “한국에 와서 보니 미국에서 보내는 방송보다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더욱 잘 이해하고 만드는 국내 민간대북방송도 많더라. 이들의 방송이 정작 북한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북방송 음질 개선, 北주민 계몽 신호탄=국내에서는 KBS 한민족방송과 국방부 자유의 소리 방송이 AM 주파수를 할당받아 대북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반면 국민통일방송과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 등 민간 대북방송사는 10여 년 째 자체적으로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송출 기관을 섭외, 단파 라디오 방송을 북한으로 보내고 있다. 장기간 쌓아온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중파 주파수 할당은 물론 제작비 지원도 일절 없어 북한 주민들의 청취율을 제고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김을동 의원 등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민간대북방송사에 중파 주파수를 할당하고 제작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민간대북방송제작지원법’을 발의했으나, 이마저도 국회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그간 일부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도 민간 대북방송사에게 AM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민간방송국에 국가 재산인 주파수 배정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늘 반대에 부딪혀왔다.



10여 년째 민간대북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FM 주파수를 쓰는 라디오 방송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AM 유휴 주파수가 많이 남는다”면서 “통일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정부에서 왜 남는 주파수조차 민간대북방송사에게 주기 꺼려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북라디오 방송이 남북관계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대북라디오 방송은 대북확성기처럼 눈에 보이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지장을 미치지 않고도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게다가 북한도 2012년 12월 1일부터 ‘통일의 메아리’라는 대남선전방송을 분계소 근처 송신소에서 송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우리를 비난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대북라디오 청취자였다는 탈북자 김일남(가명·48) 씨도 “북한 주민들은 좋지 않은 음질의 대북라디오 방송마저 한 번 들으면 ‘마약’ 같다며 계속 찾아듣는다”면서 “이제는 북한 주민 70% 이상이 라디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북라디오 방송 음질만 좋아져도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의식 계몽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어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도사리고 있는 북한에서는 내부적으로 변혁을 일으킬만한 동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 추진기 역할을 대북방송이 해줘야 한다”면서 “통일 이후 2015년 당시 통일 준비에 일조했던 정치인들이라고 떳떳이 말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민간 대북방송사에 대한 지원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북한에서 민간대북라디오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불과 1~2%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폐쇄된 북한에도 ‘무려 10~20만’ 청취자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AM 주파수를 통해 더욱 좋은 음질의 방송을 제공하면 금세 100만에서 200만 청취자를 모을 것이며, 이는 김정은 체제 붕괴의 길로 접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대북방송 콘텐츠가 많아져야 다양한 계층의 북한 주민들을 체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민간대북방송사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AM 주파수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계몽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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