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중국 타이완(台湾)에서는 총통 선거가 실시된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직위를 중화권에서는 ‘총통(总统)’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중국 언론매체들은 ‘李明博大统领(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李明博总统(이명박 총통)’이라고 표기한다. 어쨌든 영어로는 똑같이 President다.



2012년 올해는 세계적으로 14개 국가에서 대권 경쟁이 벌어지는 ‘지구촌 대(大)선거의 해’이다. 그 첫 테이프를 타이완이 끊는다. 이번 기회에 타이완의 정치구조와 양안관계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되도록 쉽고 간략하게 문답식으로 풀어보았다.



▶ 타이완 총통의 임기는 몇 년이고, 권력구조의 특징은 무엇인가?



타이완 총통의 임기는 4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또한 부총통이라는 직위가 있어 러닝메이트로 선거에 출마한다. 그런 점에서는 미국과 비슷하다. 부총통은 한국의 국무총리와 유사한 권한을 갖는다.



타이완 권력구조의 특이한 점은 ‘5권분립’이다. 한국은 입법-사법-행정의 3권분립 체계를 갖고 있는 반면, 타이완은 거기에 더해 고시와 감찰을 독자적인 권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입법원(立法院), 사법원(司法院), 행정원(行政院), 고시원(考試院), 감찰원(監察院) 등 5개 권력기구를 갖고 있는데, 입법원이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하지만 타이완에서는 ‘입법위원’이라고 부른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 현재 입법원은 타이완 역사상 ‘7기’에 해당하는데 1기 입법원의 활동기간이 무려 40여 년에 달했다. 1948년 중국 본토 난징(南京)에서 선출된 입법위원들이 1949년 타이완으로 정부가 옮겨가자 임기를 계속 이어갔는데, 대륙에서의 선거가 불가능하니까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으로 임기를 연장하였다. 모두 국민당 소속이었다. 그야말로 ‘국민당 독재’를 한 것이다. 1기 입법위원들이 하나둘 사망하자 1969년부터 3년에 한번씩 ‘증원선거’라는 것을 실시하였지만 역시 모두가 국민당 소속이었다. 1992년에야 직접선거를 통해 2기 입법위원들이 새로 구성되었다.



▶ 타이완의 주요 정당을 소개해달라.



익히 들어보았겠지만 크게는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당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국민당의 정식 명칭은 중국국민당(中国国民党), 민진당은 민주진보당(民主进步党)이다. 그밖에 무당단결동맹, 친민당, 신당, 타이완단결연맹, 건국당 등의 소수정당이 있지만 7기 입법위원 선거에서 차지한 의석은 무당단결동맹 2석과 무소속 2석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104개 의석 가운데 2012년 1월 현재 국민당은 72석, 민진당이 32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당과 민진당의 극명한 차이는 중국과의 통일문제(혹은 타이완의 독립문제)에 있다. 외부에서 흔히들 국민당은 통일파, 민진당은 독립파라고 부른다. 참고로, 통일을 강조하는 정치세력을 ‘범람(凡藍)연맹’이라고 하여 여기에는 국민당과 친민당, 신당 등이 포함되고,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은 ‘범록(凡綠)연맹’이라고 하여 여기에는 민진당과 타이완단결연맹, 건국당 등이 포함된다. 국민당의 깃발이 푸른색이라서 ‘범람’, 민진당의 깃발은 초록색이어서 ‘범록’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국민당이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범람연맹을 ‘범여권’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 [자료사진]


▲ [자료사진] 연임을 노리는 마잉주 총통이 선거유세 카퍼레이드 중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번 총통 선거의 주요 후보와 쟁점은?



3명의 후보가 출마하였다. 국민당에서는 현재 총통인 마잉주(马英九)가 연임을 노리며 출마하였고, 민진당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출마하였다. 량잉(两英 ; ‘英’자가 들어간 두 사람)의 대결이라고도 불린다.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주석도 출마했는데, 그의 지지율은 10% 미만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선거가 워낙 박빙이라 쑹추위에게 얼마나 표가 몰리느냐에 따라 다른 두 사람의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대로 친민당은 국민당과 범람연맹을 구성하고 있어, 쑹추위의 표는 사실상 마잉주의 것을 갉아먹는다고 볼 수 있다. 선거를 하루이틀 앞두고 쑹추위가 마잉주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여성이다. 그래서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타이완 최초의 여성 총통이 탄생하게 된다. 그것이 이번 선거의 작은 화젯거리 가운데 하나다. 특별히 치열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차이잉원이 여성이라는 이미지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로는 마잉주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도 역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타이완 국민들의 오래된 정치적 격돌점인 통일이냐 독립이냐 하는 것이다. 과거 민진당의 천수이벤(陈水扁)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배경으로 총통에 당선된 후(2000년, 2004년 연임) 과격한 타이완 독립 움직임을 벌이다가 오히려 민심과 멀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차이잉원 후보는 상당히 부드러운 방식으로 독립을 주장하여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는 독립이라는 말조차도 꺼내지 않고 있다. 어차피 타이완 국민들 사이에 독립에 대한 지지와 반대 입장은 각자 확고하기 때문에 굳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국과 마찬가지로 확고한 고정표의 기반 위에 몇 가지 정책과 이미지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다.



▶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타이완 독립을 추진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서 잠깐 소개한대로 과거 천수이볜을 통한 학습효과가 굉장히 크다. 알다시피 천수이볜은 재임 기간 내내 이리저리 독립을 추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때문에 양안관계가 극도로 살얼음판을 걸었다. (대륙과 타이완 사이에는 타이완해협이 존재하는데, 이 해협을 기준으로 양쪽(兩)의 언덕(岸)이라는 뜻에서 중국과 타인완의 관계를 양안관계라고 한다.)



천수이볜은 대륙의 입장에서 골칫거리였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같은 존재였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고 오해하지만, 다수의 미국 지도자들이 바라는 것은 ‘현상유지’다. 그냥 그대로, 서로 간에 사고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다. 그러하니 자꾸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천수이볜과 같은 사람의 존재는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천수이볜이 정말로 독립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천수이벤은 2000년 당선 이후 취임식에서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국호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며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도 실시하지 않겠다”는 등의 이른바 ‘4불1몰유(四不一没有)’ 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그랬다가 2002년에 “타이완 해협을 사이에 두고 2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이른바 ‘일변일국(一边一国)’ 원칙으로 바뀌더니 2004년 연임에 성공한 이후로는 더욱 노골적으로 독립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이 “그럴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반국가분열법(反国家分裂法)까지 제정하는 등 양안관계가 극도의 긴장국면에 빠져들었다.



천수이볜의 이런 변화는 부패 스캔들과 국정운영의 실패로 인해 추락한 지지도를 독립운동(?)을 통해 회복해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천수이볜은 퇴임후 횡령, 수뢰,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9년형을 최종 선고받고 지금은 감옥에 있다.) 따라서 타이완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이제는 독립이라는 구호에 무덤덤하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팍팍한데 ‘독립’이라는 주장이 실익은 없으면서 긴장만 높여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어렵게 만드는 헛된 구호, 혹은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정치적 회피수단 정도에 불과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역시 천수이볜의 학습효과다. 따라서 이번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이 당선된다 하여도 ‘독립’은 결코 쉽게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다.



▶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무엇인가?



주로 대륙에서 줄기차게 ‘하나의 중국(一个中国)’을 말한다. 중국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표현이다. “지구상에 중국은 하나”라는,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표현이지만 ‘하나의 중국’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말하는 사람에 따라 내키는대로 사용될 수도 있다.



중국 국내적으로 ‘하나의 중국’이란 단결과 통합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대외적으로는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정권, 즉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일하게 합법적인 정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한편, 중화인민공화국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전혀 거리낄 것 없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말이 사용될 수 있다. 하나는 하나인데, ‘누구의 하나’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국민당의 입장에서 대륙은 아직 수복하지 못한 영토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반세기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주창하였다. 열렬하게, 중국공산당에 비할 바 없이 강렬하게.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 타이완 사람들에게 ‘통일’이나 ‘독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원래 국민당이 말하는 ‘통일’은 대륙을 다시 차지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의미에서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분명히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통일은 주장하는 사람들 자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 이상, 무력이든 다른 어떠한 수단이든 국민당이 대륙을 재탈환하는 것은 이제 몽상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한없이 넋을 놓고 앉아서 중국이 망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국민당 입장에서도 통일은 지극히 모호한 정치적 구호가 되어 버렸다. 오죽했으면 현재 총통이자 이번 선거에 출마한 국민당 후보인 마잉주조차도 “통일을 하지 않고, 독립을 하지 않으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3불(3不 ; 不统, 不独, 不武)의 원칙을 표명한바 있다. 미국이 양안문제와 관련하여 바라는 바와 같이, 그저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어정쩡한 현상이 과연 타이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타이완 국민들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하는 것은 되돌아 볼 일이다.



그런 반면,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어떤 측면에서는 깔끔하고 질서정연하다.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것이다. 주로 본토와 미련이 없는 타이완 토박이들의 생각이 그렇다. 적지않은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고, 갈수록 ‘나는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보다 ‘나는 타이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도 여러차례 발표된 바 있다. 그렇다고 독립이 대안일까? 아니, 독립을 ‘할 수나’ 있을까? 남들이 될 수 없다고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문제를 되도록 만드는 일을 혁명이라 하지만, 언제까지 나라 전체를 그런 혁명적 기대 속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통일이든 독립이든 그렇다.



▶ 그렇다면 타이완은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



남의 나라의 문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방향을 제안하는 일은 조금 주제넘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타이완은 무언가 심각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무 밑에서 누워서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식으로 하염없이 ‘킬링타임’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분명히 중국은 분단국가이지만 상당히 비대칭적인 분단국가이다. 타이완 지역의 면적은 중국 대륙의 0.0003%밖에 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울릉도가 차지하는 면적 정도다. 물론 면적이 작으니까 무조건 흡수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반세기 이상 ‘하나의 중국’을 외쳐오다가 이제 무언가 불리해지고 상황이 고착되는 것 같으니까 독립과 같은 꼼수를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협상의 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답이다. ‘일국양제’나 ‘고도의 자치권’ 같은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통일을 이룩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보길 기대한다면 너무나 순진한 발상인 걸까?



“그냥 대륙이 타이완을 포기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타이완의 입장에서 대륙을 포기할 수 없었듯 대륙의 입장에서도 타이완은 포기할 수 없는 영토이자 ‘통일의 완성’이라는 정치적인 상징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60년이 넘었어도 우리가 간절히 통일을 염원하는 것과 같다. 우리더러 ‘북한을 포기하라’고 하면 포기하겠는가. 한국의 어느 대통령이 독도는 한반도 면적의 0.00000000.1%에 불과하니까(실제로 그렇다) 그냥 일본에 줘버리자고 하거나, 귀찮으니까 별도의 국가로 독립시켜버리자고 제안했다면, 아마도 그런 발언 자체만으로도 국회의 탄핵감일 것이다. 중국에게 타이완도 그렇다. 만약에 공산당이 타이완을 그냥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오히려 그것으로 공산당이 인민들의 심판을 받아 붕괴될지도 모른다. 타이완이 갖고 있는 역설이다.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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