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빠져나와 찾은 곳은 거리공연의 메카, 코번트 가든. 런던에서 가장 활기차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다. 여기저기서 거리공연과 퍼포먼스가 끊이지 않는다. 몸 전체를 은빛으로 두른 마이미스트가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끈다. 그 표정이 재미있어 촬영을 하는 내게 촬영비를 내라고 익살을 떤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동전 한잎을 넣어 주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거리낄게 없어서 좋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과일 도매시장이었던 이곳은 내부를 개조해 골동품점과 수공예품점이 들어선 쇼핑몰로 변신했다. 노천카페 같은 홀에서는 세계적인 공연단의 무료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쉽게도 파바로티 모창공연이 끝나고 있었다. “이치, 니.” 뒤이어 이어진 공연은 2인조 묘기공연. “1, 2, 3” 공연의 대부분은 희극. 비오고 흐린 날씨 때문에 우울증이 많아 사람들이 희극을 좋아한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내 발길을 끌어당긴다.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기타치며 학창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다. 이 사내는 내게 이제 좀 쉬며 살라고, 주변도 돌아보며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