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월드타워점·SK 워커힐점 '부활' 기회
새 사업자 "자리잡을 시간도 안주고…" 당혹
"사실상 등록제…수년내 문 닫는 곳 나올 것"

[한국경제신문 ㅣ 정인설/고은빛 기자] 정부가 29일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네 곳 더 허용하기로 하면서 면세점 간 생존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세 곳의 면세점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서울 시내 면세점 수가 6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로 국내 전체 면세점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업체 간 경쟁 격화로 수년 내 면세점 간 옥석이 가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 정식 개장한 SM면세점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SM면세점이 29일 정식 개장했다. 7층 규모 SM면세점에는 수입 화장품 등 500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관광객들이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SK·현대백화점 도전

면세점 추가 방안이 확정되자 작년 11월 특허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는 실지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오는 6월부터 서울 잠실에 있는 월드타워점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은 이날 정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동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장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중국 내에서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어 국내로 들어오는 유커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면세점 특허를 다시 획득해 국내 면세점시장을 키우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서울 광장동 워커힐점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SK면세점은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 발급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24년간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면세점 특허를 반드시 재획득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7월 신규 면세점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도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사장은 “서울 강남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신규 입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면세점 수 증가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에 “국내 최고 명품관을 보유한 현대백화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년 7월 현대백화점과 함께 면세점 경쟁에 뛰어들었던 이랜드그룹은 “사내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재도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작년 7월 면세점사업에 도전한 중소·중견기업들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10개 동대문 중소업체로 구성된 동대문듀티프리와 패션그룹형지 등이 대표적이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 예고

작년 12월부터 새로 영업을 시작한 면세점들은 정부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면세점 수를 단기간 내 필요 이상으로 늘려 신규 면세점이 시장에 정착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4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면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작년 11월 6개에서 13개로 늘어난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반면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44억달러 수준이던 서울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은 올해 54억달러로 22.7%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다음달 처음 서울 시내면세점 문을 여는 신세계와 두산은 사업 시작 반 년 만에 기존 면세점업체는 물론 현대백화점 등 또 다른 신규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면세점 경쟁 구도가 바뀔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그동안은 면세점 사업권을 얻기 위한 ‘진입 쟁탈전’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면세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싸움’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을 하려던 대기업이 모두 특허권을 획득하게 돼 시내면세점 심사가 허가제가 아니라 일정 요건만 갖추면 할 수 있는 사실상의 등록제가 됐다”며 “3년 정도 후엔 경쟁에서 뒤처져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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