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北·中 접경지역을 가다

팡촨서 동해까지 9.8㎞ 불과, 건축자재 실은 화물차 분주

"실제 투자는 아직" 신중론도




[한국경제신문 | 김태완 특파원] 두만강 하류 중국의 동쪽 끝 지점인 팡촨(防川). 11일 이곳 전망대에 올라서니 북한과 러시아 땅 너머에 있는 동해의 푸른 바닷물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지난 1일 개관한 12층 높이의 새 전망대에서는 절경을 보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동해까지 직선 거리는 9.8㎞. 그러나 중국의 영토는 거기까지였다. 전망대 가이드 류양(劉洋)은 “중국은 1860년 러시아에 연해주를 뺏기면서 동해 진출 길이 막혔다”며 “이 때문에 동북지역 개발이 남쪽 연안지역보다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과 북한 남양시를 잇는 투먼 세관. 건축자재와 수산물 등을 싣고 북한을 오가는 화물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진학 옌볜한국상회 회장은 “나선항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북·중 세관을 오가는 차량이 부쩍 늘었다”며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으로 넘어오고 중국 기업들이 나선에 진출하는 등 국경무역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훈춘(琿春), 투먼, 팡촨 등 북한 접경지대에 있는 중국 도시들이 분주하다. 러시아에 동해 바다를 빼앗긴 150년 한을 북한의 나선항을 통해 풀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나선 경제특구의 6개 부두 중 1, 2호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선 지금까지 주로 다롄항을 통해 물자를 수송해왔다. 이들이 나선항을 이용해 석탄과 곡물을 상하이로 보낼 경우 비용과 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물류문제가 해결되면 외국기업 유치와 천연자원 수출 길이 열린다.



중국은 나선항을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취안허(圈河)~원정리~나진항을 잇는 53㎞의 비포장도로 확장·포장공사가 마무리돼 이달 중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취안허에서 나선까지 40분이면 도달하고 대규모 물자 운송도 가능해진다.



지린~옌지~투먼~훈춘을 잇는 360㎞ 구간의 고속철은 2014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훈춘과 나선을 잇는 철도 건설 계획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덕분에 현지에 있는 더취안(德全)시멘트와 야타이(亞泰)그룹의 투먼시멘트가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선 개발도 활발하다. 중국 언론 궈지센취다오바오(國際先驅導報)에 따르면 나선에는 이미 100여개의 외자기업이 활동 중이다. 정식으로 사무소를 낸 곳도 14개나 된다.



야타이그룹은 이미 중국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나선특구에 건축재료공업단지를 세우는 투자협약을 맺었다. 베이다이황(北大荒)그룹은 나선에서 고효율농업시범구 건설사업을 하고 있고, 중국철로건설 초상그룹 등도 최근 나선지역 진출 의사를 밝혔다. 나선에서 가장 가까운 취안허세관의 통관 인원은 지난해 23만2000명에서 올 들어 7월까지 33만3688명으로 급증했다.



회의론도 적지 않다. 북한은 이미 나선과 황금평 특구 개발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은 나선에만 관심이 있을 뿐 황금평 개발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쉽게 나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나선항이 국제물류항으로 발전하려면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벌크선만 정박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사업가는 “나선항 개발이 15년째 답보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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