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로 즐기는 중국 세계문화유산 여행

청나라 뿌리 선양·'동양의 베네치아' 우진·한 폭의 산수화 구이린



[한국경제신문 ㅣ 윤신철 여행작가] 기차 여행지로서 중국의 매력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답게 장고한 세월이 축적돼온 다양한 문화유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만 45개나 되는 것도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요소.



중국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중국고속철도(CRH·China Railways High-speed)다. 중국고속철도는 KTX처럼 시속 200~300㎞의 빠른 속도로 운행한다. 1997년 4월 1차 개통한 이래 중국 전역으로 노선을 확장해 총 길이가 12만㎞에 달한다. 중국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인천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다롄, 칭다오, 광저우 등 7곳의 공항에 도착해 고속철도로 갈아타면 된다. 각각의 노선 특성에 따라 7개의 테마로 분류한 여정은 중국 여행의 정수를 새롭게 만끽하게 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만나는 동북여행지



광활한 동북탐험’이라 이름한 이 노선은 다롄에서 출발해 선양과 창춘을 거쳐 하얼빈에 이르는 총 921㎞의 구간을 가리킨다. 청나라 태조 누르하치가 중국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장소인 선양고궁과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싱하이광장 등이 대표 명소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선양고궁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몇 안 되는 유적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기념관과 뤼순감옥, 지린에 있는 고구려왕성 등 우리와 친숙한 역사 유적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하루 만에 여행하는 광둥과 베이징



광저우에서 출발해 창사, 우한, 정저우를 거쳐 베이징에 도착하는 노선으로, 총 길이가 2298㎞에 달한다. 가장 긴 만큼 세계문화유산이 9개나 포함돼 있다.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잘 알려진 이화원은 인공적인 건축물과 자연 풍광이 가장 조화롭게 구성된 걸작물로 손꼽힌다. 중국 3대 석굴 중 한 곳인 뤄양의 룽먼석굴은 이하강을 따라 2300개가 넘는 석굴로 구성돼 중국 불교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명승지다. 중국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시황이 증축한 총 6300㎞의 만리장성도 만날 수 있다.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무릉원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무릉원의 핵심이라 할 장자제산림공원은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원시생태계의 보고다.



물의 도시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풍광



난징에서 출발하는 세 번째 코스는 쑤저우와 상하이를 거쳐 항저우에 이르는 625㎞ 구간이다. 총 4곳의 세계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여정으로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묻힌 명효릉, 중국정원 건축을 대표하는 쑤저우의 고전원림, 항저우의 아름다운 서호 등이 대표적이다. 항저우 다음에 자리한 우진은 ‘중국의 베네치아’란 별칭에 걸맞게 마을 전체가 운하와 다리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물의 고장 강남에서도 이름난 6대 수향(水鄕)으로 꼽힌다. 2016년 CRH 개통을 앞두고 있는 황샨은 아름다운 산세 덕분에 중국 역사의 이름난 시인과 화가들의 작품마다 빠짐 없이 등장하는 단골 명소다.



진시황의 병마용을 만나다



시안에서 자위관을 거쳐 우루무치까지 총 길이 2624㎞ 노선에는 세 곳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대표 유적지로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꼽을 수 있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곳은 세계 8대 불가사의에 꼽힐 만큼 이색적인 곳이다.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꼽히는 둔황의 대표 유적인 막고굴은 산비탈에 무려 1000개 이상의 동굴이 벌집처럼 뚫려 있는데, 각각의 굴마다 화려하게 채색된 벽화와 조각상이 놓여 있다. 둔황에서 가까운 투루판은 실크로드로 가는 관문 격으로, 훠옌산이 특히 유명하다.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탓에 ‘화염’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곳은 중국 고전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루무치에 있는 천산은 해발 1980m에 자리잡은 호수인 천지와 만년설로 유명하다.



티베트 유적지와 ‘하늘까지 맞닿은 길’



칭하이성의 성도인 시닝에서 시짱(西藏)자치구의 주도인 라싸까지 1960㎞의 노선에 포함된 세계문화유산으로는 달라이라마의 궁궐로 사용된 포탈라궁이 유명하다. 시닝과 거얼무의 대표 관광지로는 중국의 마지막 원시평원인 커커시리와 중국 4대 호수로 꼽히는 칭하이호가 특히 유명하다. 몽골어로 청색의 산등성이를 뜻하는 ‘커커시리’는 천혜의 원시 생태계를 보존한 곳으로 남아 있다. 해발 3195m의 고원에 있는 칭하이호는 푸른 빛을 띤 호수지만 소금기가 있어 물이 짜다. 호수 둘레만 360㎞에 달한다. 라마교의 중심사원인 라싸의 다자오사와 티베트 3대 호수인 나무춰, 티베트의 송첸캄포 대왕과 결혼한 당나라 문성공주의 혼례 길을 따라 만들어진 중원 등에도 닿을 수 있다.



아시아 최대 폭포와 ‘고원도시 유람’



오는 8월 개통 예정인 이곳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루트다. 구이저우성의 중심지인 구이양에서 출발해 구이린과 양숴를 거쳐 광저우까지 총 857m를 4시간에 주파한다. 계수나무가 많아 이름 지어졌다는 구이린은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바위와 유유자적했던 강태공의 정취가 남아 있는 리강을 품고 있다. 산수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빼어난 절경이 압권이다. 구이양에는 무려 18개의 폭포로 이뤄진 황궈수폭포가 있는데, 아시아 최대 규모로 높이 78m, 폭은 101m에 달한다.


















중국 도교와 유교의 자취를 한 몫에



칭다오와 타이안, 지난, 취푸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654㎞의 코스다. 대표 명소로는 타이안의 타이산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이름난 명산 5곳을 가리키는 오악(五岳) 중에서도 특히 으뜸인 동악이 바로 타이산인데, 역대 황제들이 하늘의 뜻을 받는 봉선의식을 행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칭다오는 도교의 본거지인 라오산과 바다관이 유명하다. 특히 바다관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0여개국의 건축양식에 따라 지은 특색 있는 건축물 200여채가 해안을 앞에 두고 세워져 이색적이다. 취푸에는 공자의 유물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공자의 저택인 ‘공부’, 공자와 그 후손이 묻힌 ‘공림’, 공자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사당 ‘공묘’ 등을 볼 수 있다.



중국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몇 가지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의 열차는 고유의 번호를 갖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L, K. T, D, G 등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을 이루고 있다. L에서 G로 갈수록, 숫자 자릿수가 적을수록 속도가 빠르다. 예를 들면 D313보다 G1이 더 속도가 빠르고 정차하는 역도 적다. 시속 200㎞대의 속도로 달리는 일반 고속철도는 D(動車), 300㎞ 이상의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고속철도는 G(高鐵)로 표기된다. 좌석도 침대칸 여부와 의자의 안락함에 따라 구분돼 ‘잉쭤(硬座)’ ‘롼쭤’(軟座)’ ‘잉워(硬臥)’ ‘롼워(軟臥)’ 순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여행객이 기차표를 사려면 현지역에서 직접 사거나 지정 예매소를 이용해야 한다. 여권은 필수다.












본 기사는 한국경제신문과 온바오닷컴의 상호 콘텐츠 제휴협약에 의거해 보도된 뉴스입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경제신문에 있으며 재배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