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망은 조류 따라 흘러가는 그물
“바다에 던져 물 조류 따라 흘러가는 그물을 유자망이라 합니다. 조류 따라 흘러가서 그물로 고기 잡는 방식을 유자망 어업이라고 하고요.” 멸치 배 선주 박정수 선생이 대변멸치유자망협회 총무로 선임된 것은 2013년 6월 15일이다. 회원은 모두 멸치 배 선주로 10명 정도 된다. 한창 때는 40척 가까이 됐는데 다들 출항하여 고기를 남획하는 바람에 어가(漁價)가 떨어지고 타산이 맞지 않아서 어업을 그만두기도 하였고 자체적으로 감척하기도 하였다.
멸치 잡는 그물을 유자망이라 한다. 유자망은 배드민턴 네트 모양 그물을 수직으로 펼쳐서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 물고기가 그물코에 걸리게 하는 어망이다. 폭은 10m 정도지만 길이는 늘이고 줄이는 것이 가능하여 보통 1㎞가 넘는다. 멸치 어로 작업이 끝난 배는 멸치가 잡힌 유자망을 둘둘 감아서 대변항으로 돌아온다.
멸치 배 크기는 20톤에서 29톤 사이다. 승리 ‘승(勝)’을 쓴 박 총무 소유 ‘창승호’는 25톤 근해 자망 어선이다. 근해 자망은 설명이 좀 필요하다. 우선, 근해를 설명하자면 어선에게 바다는 세 가지로 나뉜다. 연안과 근해, 그리고 원양이다. 연안은 육지와 가장 가까운 바다이고, 가장 먼 바다가 원양이며, 그 중간이 근해이다.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하는 배일수록 작고, 먼 바다일수록 크다. 연안 어선은 8톤 미만, 근해는 8톤 이상이며, 원양은 천차만별이다. 오징어잡이는 40톤급, 참치 트롤은 400톤급이다. 조업 방식에 따라 또 나눈다. 그물이나 통발 등등 고기 잡는 도구나 방법을 따져서 자망 어선, 통발 어선, 기선 저인망 어선, 잠수기 어선, 복합 어선 등등으로 나눈다.
“저희들은 멸치를 잡는 같은 업종끼리 상부상조하고 어가 유지나 고기를 팔 수 있는 양만큼만 잡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바다에 고기가 많아도 적정량만 잡아 옵니다. 그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율 어업 공동체를 만들어, 부산시에도 가입되어 있는데, 고기를 자율적으로 적정량만 잡도록 권장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눈에 보이는 고기가 많으면 다 잡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우리 대변 유자망 사람들입니다. 고기가 바다에 아무리 많이 있어도 협회에서 결정한 대로만 잡습니다. 그물에 걸리는 고기 양을 계산하여 그물 놓는 길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거지요. 특이한 조직이지요. 멸치잡이 배가 들와서 멸치를 털면 협회에서 나가 봅니다. 적정량만큼 잡았는지. 초과한 양은 협회에 귀속시킵니다.”
대변멸치유자망협회가 하는 일을 물어 보자 미리 준비해 둔 듯 답변이 속사포로 이어졌다. 툭 트인 바다를 보며 거리낌 없이 살아왔을 바다 사나이 기질이 어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눈에 보이는 고기를 잡지 않는다는 말도 의아하였고, 초과량을 귀속시킨다는 말도 의아하였다. 의문은 나중에 풀렸다. 고기를 많이 잡으면 당장은 이익인 것 같아도 어가가 떨어지고 자원이 고갈되면 결국 모두가 망한다는 논리였다. 모두가 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대변멸치유자망협회에서는 잡을 수 있는 물량을 정해 놓고 철저하게 통제한다. 이를 어기면 고기를 압수한다. 그러기에 고기를 일정 이상 잡으면 더 이상 잡지 않으며, 본의 아니게 초과해서 잡은 고기는 덜 잡은 동료 멸치 배에 나눠 주는 일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