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일, 고향의 석문산 진달래 꽃 산행에 나섰다.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고향에 들어와서 부모님 합동 제사를 치르고, 남은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 최소 일주일 정도는 고향 근처를 다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석문산 진달래 향연을 꼭 확인 하고, 완도 보길도의 윤고산 유적지와 동백꽃 향연을 들러 봐야겠다.
내 고향 석문산은 마음의 안식처였다. 중학교 3년을 집에서 등 하교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 한번 타지 못하고 걸어서 4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야 했다. 마을을 지나고, 개울을 지나고, 깊숙한 산 계곡을 지나야만 당도했던 학교, 그러나 도중에 만나는 석문산의 경치는 우리의 쉼터였다.
바위가 있고,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기암절벽 사이로 기기묘묘한 모습의 바위 그림자가 있었으며, 특히 4월 초가 되면 바위 틈 사이에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하고, 그 속에서 헤매다가 누군지도 모를 그 어느 소녀에 대한 사춘기 춘심에 마음 설레야 했다.
연분홍 진달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고향의 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배고프면 한 줌 꽃잎을 입안에 털어 넣어서 새콤한 뒷맛에 몸서리쳐야 했지만, 개울가 물 한 모금에 입안을 헹구면 허기는 때웠던 그 시절이었다. 진달래는 깊은 산속에서 제멋대로 자라나서 군락으로 연분홍 춘정을 발산해 주는 것도 아름답지만, 진달래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 주는 것은 아슬아슬한 바위 틈 사이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 곳에 저렇게도 아름다운 연분홍 자태를 군락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왠지, 가난 속에서도 모질게 삶을 유지하며, 자기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 민초의 모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