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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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일, 고향의 석문산 진달래 꽃 산행에 나섰다.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고향에 들어와서 부모님 합동 제사를 치르고, 남은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 최소 일주일 정도는 고향 근처를 다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석문산 진달래 향연을 꼭 확인 하고, 완도 보길도의 윤고산 유적지와 동백꽃 향연을 들러 봐야겠다.

내 고향 석문산은 마음의 안식처였다. 중학교 3년을 집에서 등 하교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 한번 타지 못하고 걸어서 4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야 했다. 마을을 지나고, 개울을 지나고, 깊숙한 산 계곡을 지나야만 당도했던 학교, 그러나 도중에 만나는 석문산의 경치는 우리의 쉼터였다.

바위가 있고,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기암절벽 사이로 기기묘묘한 모습의 바위 그림자가 있었으며, 특히 4월 초가 되면 바위 틈 사이에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하고, 그 속에서 헤매다가 누군지도 모를 그 어느 소녀에 대한 사춘기 춘심에 마음 설레야 했다.

연분홍 진달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고향의 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배고프면 한 줌 꽃잎을 입안에 털어 넣어서 새콤한 뒷맛에 몸서리쳐야 했지만, 개울가 물 한 모금에 입안을 헹구면 허기는 때웠던 그 시절이었다. 진달래는 깊은 산속에서 제멋대로 자라나서 군락으로 연분홍 춘정을 발산해 주는 것도 아름답지만, 진달래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 주는 것은 아슬아슬한 바위 틈 사이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 곳에 저렇게도 아름다운 연분홍 자태를 군락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왠지, 가난 속에서도 모질게 삶을 유지하며, 자기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 민초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석문산은 꽤 괜찮은 산행 코스다.

우선 석문산 줄기의 모습은 기암절벽의 바위가 군집한 석산이지만, 계절에 맞춰 변해 가는 자연의 모습이 가장 소박하고 정다우며, 두 번째로는 다도해를 눈앞에 두고 왼쪽으로는 강진의 만덕산 백련사, 정 다산 초당의 산길이 이어지며, 오른쪽으로는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 및 해남 땅끝 마을까지 이어지는 땅끝 산행의 한 줄기로서 백두 대간 마지막 코스라는 의미 있는 곳이며, 세 번째로는 산행 중 맛볼 수 있는 다도해의 수려한 모습과 바다 내음이 가슴을 상쾌하게 물들일 수 곳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석문 산의 자랑은 4월에 피는 연분홍 진달래 꽃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 가만히 상상해 보라, 비쭉비쭉 솟은 기암절벽 바위틈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연분홍 진달래 군락을.. 신라의 농부가 수로 부인에게 선물했다는 그 진달래가 이 모습일 것이다.
최근 석문 산에 명물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일명 '석문산 구름다리'다.

소석문에서 용문사로 넘어가는 도로 계곡에 아름다운 구름다리를 설치해서, 오가 가는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석문 산 기암절벽은 더욱 실감이 나고, 바위 틈 사이의 연분홍 진달래가 바로 눈앞에서 더욱 화사하게 빛나고 있다.

자연에 무엇인가를 설치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꼭 있어야 할 곳에 무엇인가 자리를 잡아 주고, 그로 인해서 본래의 모습이 살아 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다.

멋진 기암절벽 사이에 아름다운 구름다리, 다리 밑으로는 차량이 다니지만 고개 한번 쳐들고 보니 기기묘묘한 바위 형상과 군락을 이룬 연분홍 진달래꽃, 생각만 해도 자연스럽지 않은가?
진달래를 고향의 말로 표현한 시 한 수 적어 보겠다.

진달래 김용택 시인

염병한다.
시방...
부끄럽지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 놓고
훤한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 허겄네

저 산 아래
내가 스러져 불것다.
시방...

석문산의 봄은 진달래가 전부는 아니다. 봄에 피는 그럴싸한 봄 꽃은 죄다 모습을 드러냈다. 하얗게 주변을 밝히는 벚꽃 무리, 동백꽃 연정, 개나리 처녀, 하얗고 애매한 적자색 목련, 그리고 산속 산행 길에는 춘란이 살포시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제비꽃, 민들레 향연이 소박하게 산행 길을 맞이하고 있다.

역시 고향의 봄은 예전이나 변함없다.

이제 배낭을 짊어지고 완도 보길도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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