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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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해빙무드: 합종연횡 新춘추전국시대? | 한중지역경제협회 이상기
[중국망 | cmnews.kr] 정치와 외교는 생물처럼, 서로 다른 집단이나 국가(세력)의 특정한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 저리 짝을 짓는 합종연횡(合縱連橫)의 연속적인 조합이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를 풍미하던 외교 전략인데, 최근 동북아정세가 그야말로 합종(合縱)과 연횡(連橫)으로 치열한 외교 각축(수싸움)을 통하여 생존과 공존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간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던 중일 관계가 8년 만에 이뤄진 중국 리커창 총리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영토 분쟁 문제는 잠시 내려 두고 중국과의 해빙 무드에 올라탔다.

일찍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서로 적대적인 지정학적 개념으로 처음 사용한 ‘지정학’ 선구자 해퍼드 매킨더 교수는 중추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주도권을 잡게 되면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황화론(黃禍論)을 예측하였는데, 마치 중국은 이러한 판을 짜려는 전략적 복안을 갖고 있는 듯한 전초적인 행보다 .

중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 및 북한과 미국 등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기본으로 하는 대립 구도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도쿄 왕궁에서 아키히토(明仁) 일본 국왕과 만나 중일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는데,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문안을 전하면서 “올해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방문이 조약의 정신을 되새기고 중일관계가 정상궤도에 복귀하며 새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도 연초에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자이언트 판다를 중국에 빌려 달라고 요청하는 등 ‘판다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 바 있다.
또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는 중일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중일우호축구연맹 행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평소 골프를 치기 좋아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좋아하는 축구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했다.

올해 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양국 관계 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는데, 중국 정부도 구체적인 방일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일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조만간 국빈자격의 방일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 이로 인한 국민감정 악화, 그에 따른 일본상품 불매운동 및 일본으로의 관광객 송출 차단 등 일본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일관되었다.

특히 센카쿠 분쟁은 동아시아 신냉전의 시작인가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국 모두에게 첨예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간 악화되었던 중국과 일본이 이처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 있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 확대와 자유무역 지지 우군 확보 등 실용적인 측면과 함께 한반도 정세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악화된 양국 관계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감안해 자유무역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의 외연 확장을 위한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관계 복원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리커창 총리는 일본을 방문하기 전에 아사히(朝日)신문에 직접 기고문을 게재, “중국과 일본은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하는 교차점에 있다”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관계 정상화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는데, 리 총리는 실제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에 2,000억위안(약 33조9,000억원) 규모의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한도를 부여했고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번의 북중회담을 통해 ‘패싱’ 우려를 딛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 대북 경제지원 등 다양한 경로에서 역할을 하기 시작한 중국은 패싱 우려가 큰 일본을 끌어들여 경제적 실리와 외교적 기반 확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그야말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앞으로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적어도 동북아시아에서는 주된 상대인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동맹의 같은 축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적인 문제에 얽매여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형국이다. 한반도 평화추진 과정에서도 한반도 주변국 중 하나인 일본의 역할을 다소 등한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반도국가로서 대륙세륙과 해양세력 간의 긴장과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이는 중간에 서있기에 좌(중국) 우(일본)를 잘 볼수 있고 중간에서 교통정리도 잘 할수 있는 이점도 있는데, 이러한 지정학적인 우세 점을 충분히 발휘 못해 왔던 것은 과거사 감정에만 치우쳐 조화와 평형 감각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실용외교를 추구하고, 특히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중일 및 북일 관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중간 브릿지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정세에 끌려가는 입장(follower)이 아닌 정세를 이끌어가는 주도자(mover)로서 좌(자본)와 우(기술)를 잘 조합하고 융합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가 현실화 될 경우, 자금줄(錢主)이 될 국가는 중국,한국,일본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때로는 생존을 위해, 때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합종연횡했던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복잡다단한 작금의 동북아 형세는 어느 한 국면도 허투로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감정(感情)이 아닌 냉정(冷靜)만이 국익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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