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톈진한국상회가 주최한 “한국기업을 위한 간담회”가 톈진(天津) 시내 모 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한국측과 중국측의 기업관련 기관의 책임자급 공무원들이 향후 기업경영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설명들이 이어졌으나 참석한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의 관심의 초점은 천진시가 외국인의 사회보험료 납부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쏠려 있었다.

드디어 사회보험 관련 중국 공무원과의 질의 응답시간이 되었다. 모 회사의 총경리가 손을 들고 “외국인의 사회보험료 납부 문제에 대한 톈진시의 입장은 어떤가?” 하고 질문했다. 공무원이 장황하게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으나 이 제도의 실시에 관하여 톈진시 당국에서는 현재 “연구연구(研究研究)“하고 있다고 답했다.

곧 실시 세칙이 발표될 것이란 말이 나올까 하여 조마조마하고 있던 총경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실시는 하겠지만 많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국은 지방마다 중앙에서 제정한 법률의 해석이 다를 수 있고 지방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한다. 이점은 사회보험료 징수도 예외가 아니어서 베이징처럼 지난해에 이미 세칙을 발표하고 지난 11월부터 보험료를 징수를 시작한 곳이 있는 반면 상하이는 “당분간 징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상하이는 2009년에 외국인도 사회보험에 임의 가입 가능하다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으며(양로, 의료, 공상보험으로 제한), 당분간은 이 규정에 근거해 희망하는 외국인만 사회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있다.

광둥성(广东省)의 각 지방정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동향을 관망하고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광둥성 소재 대형 회계사무소 관계자는 “광둥성은 베이징을 본보기 삼아 따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특구로서 향후 외국의 하이테크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선전시(深圳市)는 외국인 사회보험료 징수에 대해 실무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선전시는 실시세칙을 공포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시(广州市)의 지세국(地稅局)은 접촉 결과, 현재 실시세칙을 준비 중이라는 회답만 받았다고 한다.

다롄시(大连市)는 전국 주요 도시 중 최초로, 금년 9월부터 사회보험법에 근거해 사회보험료의 징수방법을 변경하였고(쌍기수제 도입), 기업에 대해서는 납부기수의 상한선을 철폐해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구별 없이 회사 임금지급총액에 대해 31%가량을 일괄 부과하기 시작했다. (개인부담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상한제를 그대로 유지).

이 때문에 다롄은 사실상 외국인사회보험료 징수를 가장 먼저 시작한 도시가 되었고, 아울러 상한제마저 철폐해 많은 외자기업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다롄시는 특히 일본기업이 많기 때문에 일본 기업단체는 다롄을 투자 기피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다롄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은 지난달 16일, 다롄시 이만재 시장 주재 회의에서 “금년 8월에 공포된 모든 관련 조치는 잠정적으로 집행되지 않는다”라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을 다롄일본기업단체에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잠정 유예의 기한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다롄시의 조치는 일본기업의 투자비중이 높은 지역으로서, 다른 지방보다 외국인 사회보험의 부담을 무겁게 할 경우, 일본기업의 유치곤란은 물론, 기존 진출기업의 투자감소 등을 우려한 것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다롄시의 유예조치는 베이징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베이징사회보험관리기금센터는 지난해 12월 27일 외국인 근로자 개인정보를 31일까지 등록하라고 공고했고, 만약 시한을 넘길 경우 매일 0.05%의 체납금을 물린다는 처벌조항도 함께 통보했다.

하지만 이같은 통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됐을 뿐 많은 외국기업은 개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졸속 진행에 대한 외국기업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중국 내 취업중인 한국인만 10만명으로 추산돼 연간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현재 각국 정부는 중국 정부와 사회보험 면제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ndrew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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