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 개미군단을 가리켜 '싼후(散戶)'라고 한다. 즉 '조직되지 않고 흩어져 있는 개인'이란 뜻이다. 이와 반대로 기관투자자를 가리켜 '지거우(机构, 기구)'라고 일컫는데 이는 '조직된 기구, 또는 단체'라는 뜻이다.

중국증시가 최근 들어 종잡을 수 없는 폭락과 폭등으로 중국의 힘없는 '싼후'들을 울리고 있다. 11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과 12월 첫 거래일인 1일, 중국의 '싼후'들은 비탄과 아쉬움으로 마지막 남은 투심(投心)이 시커멓게 숯검정이 된 날이다. 양일간 일어난 알 수 없는 롤러코스터 파도타기 장세로 모두가 멀미를 하고 현기증을 느꼈다.

11월의 마감일 30일, 중국의 주식시장은 3% 이상 폭락했는데 그중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중 최저점인 2317포인트까지 접근한 2333포인트(3.27%하락)로 마감했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종합 B지수 경우 6.12% 하락하여 연중 최저가로 거의 공황상태를 연출했으며, 선전성분종합지수도 3.19% 하락해 역시 연중 최저가인 9693 포인트로 장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일날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의 경우 전날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 합의 소식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3% 넘게 폭등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리스크에서 유독 건강한 중국경제의 중국 증시가 특별한 이유없이 왜 그렇게 폭락했는지 투자자들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유찾아 답하기 좋아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증권거래소에 국제판 시장 개설이 임박하여 B주 시장에 충격을 주고 그 영향이 A주로 번졌다고 했지만, 이는 중국 증감회의 해명에 의해 타당하지가 않은 걸로 판명이 났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간표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싼후'들을 더욱 혼란스럽고 기가 막히게 만든 것은 다음날 일어났다. 암담하기만 했던 시장분위기가 12월 1일, 첫거래 오전장이 시작되면서 지수가 갑자기 훨훨 날기 시작해 장중 최고 5%까지 폭등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날 3.63%,5.66% 폭락세를 보인 보험과 증권업종이 각각 6.95%, 3.27%씩 폭등했으며, 특히 보험업종은 장중 최고 9%까지 상승해 모든 종목이 상한가에 근접했다.

그런데 이날도 폭등을 해명할 수 있는 특별한 이슈나 소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인민은행이 0.5% 지준율을 인하했다는 것과 중국의 제조업 PMI 지수가 2009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뿐. 도대체 어떤 힘이 작용을 했을까?지수를 갑자기 끌어올린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누구일까?

이런 종잡을 수 없는 현기증 나는 장세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도 있었다. 그해 8월 8일, 중국정부와 온 국민의 축제인 개막식날 중국 증시는 4.47% 폭락해 이변을 연출했으며, 결국은 이것도 모자라 연이어 두 번 5%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온 국민이 축제로 즐거워해야 할 잔치상에 찬물이 끼얹었으며 투자자들의 가슴은 피멍이 들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올림픽이 폐막되기 직전인 8월 20일,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상하이 종합지수가 7.63% 폭등했다. 역시 중국의 명언 중 하나인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또한 안되는 일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이 작용을 한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러한 수수께끼를 풀 수가 없다.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시장을 가리켜 일종의 '정처스(政策市, 정책시)'라고 한다. 이는 중국 주식시장이 '정부 정책에 좌우되는 시장'이란 뜻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이 상장기업의 성적과 비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의해 약발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쯤되면 중국 주식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누구인지 알 법하다.

중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당수의 기업이 국영기업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은행이 그렇고 보험, 에너지, 중공업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 어림잡아도 상장사 시가 총액의 70%를 넘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 주식시장이 '정처스'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정처스'가 형성되면 결국 불쌍한 것은 힘없는 '싼후'들이다. 그들은 정보에서 기관보다 빠를 수가 없고 정보의 중심에서 이미 멀어져 있다. 더구나 모든 것이 애매한 드넓은 중국의 시장에서 싼후의 능력은 더욱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중국경제가 처한 최대의 문제는 신용의 문제이며, 중국 주식시장의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이런 '정처스'가 좌지우지하는 불확실성의 문제이다. (kanhmc@hanmail.net)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