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내수가 새 活路다] [2] 현지화로 승부해야

- 국내 1위 제빵브랜드 '파리바게뜨'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빵 개발… 中점포 146개, 작년 매출 1300억
"고급 쇼핑몰 유치 제안 잇따라"

- 영·유아 의류회사 '제로투세븐'
직원 103명 중 한국인은 5명… 中 독자제품 비중 40%까지 늘려
6년간 年평균 성장률 34%


[조선일보] 9년 전 중국에 진출한 영·유아 의류 회사 제로투세븐은 천신만고 끝에 상하이의 고급 백화점 입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새로운 브랜드였던 탓에 인지도가 떨어져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 브랜드와 달리 제로투세븐에는 스웨터·오리털 파카 등 따뜻한 제품이 없었다. 중국에서는 난방 시설이 부족해 겨울에 스웨터와 내복이 필수품이다. 겨울에도 실내가 따뜻한 한국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듬해 제로투세븐은 빨갛고 황금색이 도는 따뜻하고 가벼운 파카 등을 선보여 속칭 '대박'을 쳤다. 중국인들이 춘절(春節·설)에 중국 정통복 탕좡(唐裝)을 입는 데 착안, 해외 브랜드 중 처음으로 고급 디자인의 아동용 탕좡을 선보여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중국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지독할 정도의 현지화로 중국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단기적 실패에 주저앉거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최소 10년을 목표로 끈기 있게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국에 철저하게 스며들어야"

제로투세븐은 초기 실패를 거울삼아 중국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제작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동민 법인장은 "아동복 의류 업체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10년 이상 된 현지 직원을 채용해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전체 직원 103명 중 한국인은 단 5명. 한국과 다른 중국 독자 제품 비중도 40%까지 늘렸다. 그 결과, 제로투세븐은 중국 내 매장을 290개까지 늘렸다. 지난 6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34%에 이른다.
국내 1위 제빵 브랜드 파리바게뜨도 '가장 강력한 적은 한국 본사'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현지화를 시도했다. 문상준 총경리(중국법인장)는 "한국과 달리 중국인은 빵 안에 불고기 등 고기가 들어간 것을 좋아하고, 도넛 같은 단 제품을 좋아한다"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빵의 특성을 연구해 독자적 빵 개발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중국 전역에 점포 146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00억원을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상하이나 베이징 시내에 새로 짓는 고급 쇼핑몰과 대형 빌딩 등 일명 A급 장소에 좋은 조건으로 유치 제안을 받고 있다. 문 총경리는 "'파리바게뜨가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몰린다'는 인식을 심어줘 중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스타벅스와 비슷한 브랜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제과 브랜드인 '폴'과 '포숑'이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의욕적으로 사업 시작을 했다가 수년 만에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외식업계에서는 "폴과 포숑은 프랑스에서 하던 영업 전략을 고수하는 바람에 중국인에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최소 10년을 목표로 버텨라"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산층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쿠쿠 압력밥솥은 중국 시장을 '7전 8기' 정신으로 공략했다. 2006년 처음 중국 시장을 두드렸을 때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안신철 팀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1000위안(약 18만원) 넘는 밥솥 가격을 부담스러워했지만, 고급화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난관 돌파에 나섰다. 2008년 중국 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와 손잡고 전국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적자를 면치 못했다. 회사 내에서 '철수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안 팀장은 "'죽어도 여기서 죽자'는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부터 윈난성(雲南省), 장쑤성(江蘇省) 등 지방 최고의 홈쇼핑업체와 제휴해 홈쇼핑 전용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 전략이 적중하면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1억7000만위안(약 30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433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김인규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들어왔다가 쉽게 철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된 기업 브랜드를 쌓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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