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약리학과 만든 대구한의대, 한국콜마 출신 이창언 교수 영입
화장품 연구개발·생산·판매까지 53개 입주기업과 '클러스터' 구축

일본 1개 매장서 월 10억 '코스메랩', 중국서 1만개 매장 연 '신생활그룹', 에센스로 700억 매출 '제이앤코슈'
아시아의 화장품 메카로 우뚝
이창언 대구한의대 교수(왼쪽)가 연구소 직원, 학생들과 함께 현미경으로 화장품 원료를 검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ㅣ 오경묵 기자] 지난해 3월 창업해 7개월 만에 펩타이드에센스라는 단일품목으로 매출 700억원을 올린 제이앤코슈(사장 장유호), 중국에 1만여개 매장을 두고 한 해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신생활그룹(대표 안봉락), 일본 도쿄 한인타운(신오오쿠보) 내 매장 한 곳에서 지난달에만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코스메랩(대표 박진영).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각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3개 화장품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경북 경산 대구한의대 창업보육센터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변방의 농촌이 화장품 메카로
경산을 기반으로 한 성공 신화가 이어지면서 경산이 화장품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경산시는 보건복지부의 화장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미래 K뷰티 화장품산업을 선도할 ‘글로벌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를 지난달 14일 착공했다. 경산시는 2022년까지 유곡동 15만㎡ 부지에 연구·생산·수출단지인 화장품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10만㎡ 규모의 생산단지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이미 30곳을 넘어섰다. 주변 부동산도 호재를 만났다. 2014년 3.3㎡당 25만원 하던 주변 농지가격은 100만원대로 뛰었다.

수도권에서 가깝지 않고 이렇다 할 기반이 없던 경산이 이처럼 화장품산업의 중심지가 된 데는 대구한의대의 독보적인 산학협력 시스템과 경산시의 정책 지원이 있었다. 단연 ‘일등공신’은 대구한의대 창업보육센터다. 2004년 전국 최초로 화장품 약리학과를 만든 대구한의대는 2005년 한국콜마 연구소장 출신인 이창언 교수를 영입했다. 민간 기업 출신답게 이 교수는 기업에 필요한 지원 체계부터 가다듬었다. 창업 아이템 개발, 연구개발 장비, 생산시설·설계 컨설팅, 인력교육,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개별 기업이 갖추기 힘든 고가의 실험장비 40여개도 들여왔다. 신생활그룹과 코스메랩 외에도 이 학교 창업보육센터에는 52개 기업이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보육센터 내 13개 기업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보육센터 입주를 기다리는 기업도 20곳이 넘는다.
◆기업 출신 교수가 살려낸 지역경제
이 교수는 기업에 기술지원을 하면서 기술이전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 대신 화장품 원료를 무한정 공급받아 학생들이 마음 놓고 실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최고의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어느 기업이 경산까지 내려오겠느냐”고 말했다. 민간 기업 출신 교수 한 명의 열정이 이름 없는 지방도시 경산에 뷰티산업이라는 미래를 안겨줬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평가다. 정원이 60명이던 화장품약리학과는 올해 바이오산업 단과대학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 교수는 “7개 학과에 정원도 310명으로 늘어났지만 학생들은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졸업도 하기 전에 등록금은 물론 박사과정 지원에 월급까지 주겠다는 기업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경산시는 화장품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 인촨시에 이어 올해 베트남 호찌민과 다낭에 전시판매장을 구축한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몽골 등에도 판매장을 연다. 화장품 클러스터 조성에 앞서 해외 판매망부터 다져놓겠다는 포석이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K뷰티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2025년 수출 10억달러, 일자리 3500개가 생겨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산시와 대구한의대는 방사광 가속기가 있는 포스텍, 경북해양바이오연구원과 함께 바이오 화장품산업 육성 및 융합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스위스의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해 프리미엄 화장품 원료를 생산 중이다. 송경창 경상북도 창조산업실장은 “경산의 화장품 연구 수준과 산학협력 시스템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협력을 제의해 올 정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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