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ㅣ 최유리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s)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해 상반기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이미 절반가량인 47.8%을 차지했고 국제선에선 9.3%를 기록했다. 2005년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항공이 LCC 업계에 첫 발을 디딘 후 8년 만의 성과다.
그러나 성공의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과 중국 LCC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하늘길 전쟁에 뛰어들면서 '밖으로부터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국내 LCC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넛크래커(nut-cracker)의 호두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내 LCC, 흑자 행진에도 "위기는 지금부터"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LCC 5개사는 모두 흑자 반열에 올랐다. 2005년 한성항공이 출범한 후 국내 LCC들이 모두 흑자를 달성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인 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진에어가 2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티웨이항공(22억원), 이스타항공(4억원), 에어부산(4000만원) 역시 취항 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지금부터가 문제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단독노선 위주로 취항하거나 여행수요가 풍부한 노선에 부정기편 운항을 늘려 수송실적이 증가했지만 이같은 성장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실제로 LCC가 운항할 수 있는 중·단거리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다. 국내 LCC는 일본, 중국 등 평균 1~3시간대 운항 노선에서 괌, 코타키나발루, 푸켓 등 5~6시간대 노선까지 진출했다. B737, A320 등 180석 안팎의 소형여객기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들어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과 중국의 LCC들도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면서 하늘길 전쟁은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 업황이 좋아보여도 지금 같은 추세로 경쟁이 가속화되면 향후 성장세는 장담할 수 없다"며 "올 상반기 최대 영업익을 기록하고도 하반기 실적은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 항공 산업 위기 겪은 일본, LCC로 부활 날개짓
일본 국적 LCC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날개짓을 시작했다. 2012년 3월 피치항공이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후 에어아시아재팬과 제트스타재팬이 뒤를 이었다.
국내선 위주로 운항하던 이들은 국제선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시장문을 두드렸다.
특히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발을 디딘 피치항공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인천-오사카 노선에서 16만여명을 실어 나르며 탑승객이 전년 동기 대비 737.5% 급증했다.
한국보다 한발 늦은 출발에도 일본 LCC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일본교통상은 2010년 성장전략회의를 통해 2020년까지 LCC의 시장점유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LCC 전용 터미널 구축, 소형항공기 우대 요금체계 마련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일본항공(JAL)이 경영 위기로 법정 관리를 신청한 후 LCC 육성을 통한 항공 산업 재편이 본격화됐다"며 "관광수요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도 일본 정부가 LCC를 지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 터미널을 짓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해 LCC에게 새로운 시장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LCC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LCC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일본 LCC가 한-일 노선을 취항하자 같은 노선을 운항 중이던 국내 한 LCC는 바로 다음날 해당 노선의 특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자료사진] 남방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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