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중국 금융시장 개방 서두를 필요 없어…증시 3% 불과 외국인 비중 단계적 높여야

2014년 中 7.5% 이상 안정적 성장 낙관…국유기업 개혁하려면 市場을 믿어라"



[한국경제신문 ㅣ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개혁을 하려면 시장이 가장 훌륭한 배분자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66)은 “모든 분야에 기득권 세력이 있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다”며 “그러나 시장을 이용하면 그 자체로 자원배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중국 경제가 7.5% 이상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기업 부채, 통화팽창, 금융시장 개방 등 6대 위험에 대해서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는 상상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나타난다”며 “중국 경제에 위기가 어떤 형태로 출현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캄보디아 출장에서 막 돌아온 그를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달라.



“올해 중국 경제는 성장률 측면에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경제성장률은 당연히 7.5~8% 범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이미 성장의 둔화기에 들어갔다.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에 변화가 오려면 개혁과 기술 창신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수년 내의 구조적 개혁에 달려 있다.”



▷많은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내후년에 6%대로 둔화됐다가 이후 4~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6%대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당분간 성장률을 7% 이상 유지하는 건 문제가 없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정부가 부양책을 쓰면 된다. 중국 정부의 재정 상황은 아직 좋다. 중앙정부의 채무 규모는 아직 국내총생산(GDP)의 20% 규모다.”



▷리스크도 적지 않은데.



“나는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큰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단기간에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국 경제의 위험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기업들의 이익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악화되고 있다. 반면에 금융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이런 모순으로 일종의 긴급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동산 시장이다. 사람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질 시기가 됐다고 한다. 둘째는 은행의 이재상품이다. 은행이 고객에게 약속한 고수익을 돌려주지 못하면 신용경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는 지방정부 부채다. 이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중국 기업의 부채다. GDP 대비 기업 채무가 10%를 넘었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섯째는 통화팽창의 통제력 상실이다.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위험과 압력은 존재한다. 여섯째는 금융개방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자본 항목의 악화, 예를 들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자본 유출이 심화되면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발생될 위기가 어떤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



▷올해 다른 나라 경제에 대한 전망은.



“미국의 경제 상황은 좋을 것 같다.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 속도는 2%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회복기여서 2~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 경제는 낙관적이지 않지만 이미 하락기는 지났다고 본다. 한마디로 큰 위기도 없지만 큰 성장도 없다. 일본 경제는 불확실성 측면에선 최고다. 일본은 1998년에도 증세를 단행한 적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증세를 앞둔 1997년에 소비를 늘려 성장률이 비교적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1998년에는 소비가 줄어 일본 경제는 쇠퇴기에 들어갔다. 최근 일본정부는 확장성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자극했지만 결국 재정 악화를 초래했다. 증세를 단행한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일본이 언제까지 좋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경제의 문제는 거시경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 인구 고령화, 창조능력의 결핍, 제도의 경직성 등이 문제다. ”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급한 개혁은 무엇인가.



“환율을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년 동안 무역흑자와 자본수지흑자로 3조6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았다. 사람들은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더 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중국도 더 이상 대량의 무역흑자를 내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무역균형을 위해 경상항목의 이익을 대외투자로 전환하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미국이나 한국 같은 선진국들은 중국 자본을 환영하지 않는다. 더구나 중국은 현재 자본 순유입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환율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환율을 올리면 수백만개의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들은 이미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도 마찬가지다. 국유기업들은 독점상태에 있지만 민영기업의 진입을 바라지 않는다. 이것도 기득권이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이 있다. 그렇다면 시장이 가장 훌륭한 배분자라는 것을 믿을 필요가 있다. 시장의 결정을 이용해 환율에 관여하지 않고서도 자원배분을 개선할 수 있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움직여야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돈을 빌리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빌리지 못한다. 그러나 완전한 시장은 없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면 안된다. 합리적인 경계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하이자유무역구의 금융개혁 방안이 예상보다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상하이자유무역구에 대해 큰 기대를 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상하이무역구의 관건은 자본항목을 개방하는지 여부다. 만일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허용한다면 중국을 전부 개방하는 것과 같다. 자유무역구는 실험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실험이 있고, 할 수 없는 실험이 있다. 만일 자유무역을 한다면 원을 그려 무역보세구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자본을 개방한다면 어떻게 원을 그릴 것인가. 돈을 쫓아다니며 통제할 수는 없다. 자유무역구의 실험은 중국의 다른 부문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자유무역구가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금융 개방이 늦어질 수 있나.



“나는 금융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수적이다. 이는 한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때 큰 고생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구원했지만 전면적 시장 개방 등의 조건이 있었다. 중국은 한국처럼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개방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원래 계획대로 점진적으로 하면 된다. 이 점에서 나는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 나는 개방 전에 먼저 국내 제도를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이 지저분한데 어떻게 손님이 올 수 있겠나. 예를 들어 민영기업이 해외투자를 하고 싶으면 먼저 합법적으로 투자하고 나중에 관련 부문에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 또 현재 전체 증시 규모의 3%가 채 되지 않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런 조치는 자본항목을 개방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위융딩 누구인가



인민銀 통화정책위원 역임

中금융에 큰 영향력 끼쳐

위안화 절상 주장…'달러 킬러'



중국 금융부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경제학자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2004~2007)을 지내는 등 재정부 외교부 상무부 등 정부 부처의 자문 및 고문을 맡아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1948년 광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베이징의 과학기술학교를 졸업하고 10년간 기계공장의 기술자로 근무하다 뒤늦게 경제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1979년 사회과학원에 들어가면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8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1994년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시 사회과학원으로 돌아와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뒤 은퇴했다. 그는 서방의 현대거시경제 이론을 중국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서방 경제학’은 중국 주요 대학의 교재로 쓰이고 있다.



그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으로 있을 때부터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이고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미국 국채 매입을 줄여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달러가치가 폭락해 ‘달러 킬러’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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