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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SNS 스타 100만명
건당 조회수 1000만건 넘기거나 활동비·광고 수십억원 벌기도
한국 화장품·쇼핑업체들 왕훙 소개 후 매출 껑충 뛰어

[조선일보] "여자가 화장을 하고 나가면 '누굴 꾀려고 그러느냐'고 하죠. 그렇다고 안 하면? '왜 그러고 다니느냐'고 합니다."

중국 예술종합대학인 중앙희극학원을 나온 장이레이(姜逸磊·29)씨가 '중국의 트위터'라 할 수 있는 웨이보(微博)에 직설적 화법으로 올린 말이다. 지난해 10월 '파피장(papi醬)'이란 이름으로 웨이보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재 팔로어가 1600만명에 이른다. 그는 거침없는 말투로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여자의 화장' '애인과 쉽게 헤어지는 법' 등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장씨의 만담(漫談) 동영상은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Youku)에서 건당 조회 수를 최소 1000만건 올리고 있다. 그가 올린 웨이보 게시 글에는 기본적으로 50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른다.

장씨는 인터넷에 등장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3월 중국 기업에서 활동비 1200만위안(약 21억원)을 유치했다. 지난 4월엔 동영상에 덧붙일 광고를 경매에 부쳐 2200만위안(약 38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장씨는 중국에서 올 들어 '왕훙(網紅)'이라 부르기 시작한 인터넷 스타 중 한 명이다.
◇중국 소문 시장의 진원지 왕훙
중국에서는 보통 웨이보와 같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팔로어를 최소 50만명 거느린 인기인을 왕훙이라고 부른다. 언뜻 우리의 '파워 블로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규모나 영향력, 평가는 급이 다르다.

이들은 지난 4월 민간 연구 기관과 '왕훙경제연구원'이라는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왕훙경제연구원은 중국에 왕훙이 약 100만명으로 이들의 활동으로 파생하는 이른바 '왕훙 경제' 시장 규모가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이른다고 관측했다.

중국 사회에서도 왕훙은 한 직업군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중국 시장 조사 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가 발간한 '왕훙 생태 백서'에 따르면 왕훙 가운데 24%가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경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파피장처럼 투자와 광고 유치 등으로 고수익을 거두고 있는 왕훙이 속속 등장하면서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엔 '왕훙 학원' '왕훙 MBA'도 생겨나고 있다.
▲ 지난 3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중국 인터넷 스타 ‘왕훙’들이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샴푸 제품으로 두피 관리를 받고 있다. 오른쪽 상단 사진은 파피장이 지난달 16일 상하이에서 진행한 팬미팅용 포스터. 하단 사진은 왕훙 저우첸한씨가 지난 3월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한국 화장품 체험 후기. /아모레퍼시픽, 파피장·저우첸한 웨이보
◇왕훙 모시자 '완판'… 매출에 직결
왕훙은 'K뷰티' 열풍을 타고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유통 업체들에도 중요한 홍보 대상이다.

특히 화장품·쇼핑과 연관된 브랜드들이 왕훙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샴푸 브랜드 려(呂)는 최근 중국 뷰티 분야 왕훙 10명을 초청해 두피 관리부터 샴푸와 메이크업까지 '풀 서비스'를 제공했다.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왕훙들은 쇼핑센터, 면세점 등 세 업체 행사에 더 참가한 뒤 각자의 SNS에 후기를 올렸다. 두 달 뒤 려는 중국에서 월매출 1300만위안(약 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7배 성장한 것이다.

려 관계자는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말로만 듣던 왕훙 효과를 실감했다"며 "이달 중 '연예인급' 왕훙을 초청해 행사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한 달에 한 번씩 왕훙 총 60명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으로 초청했다. 그 결과 올 초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2배(4.1%)로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5월 왕훙이 한국을 다녀간 지 한 달 만에 중국 웨이보 페이지 가입자 수가 100만명 증가했으며,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도 최근 가수 수지와 함께하는 뷰티 콘서트에 왕훙 5명을 초대해 조회 수 200만건을 올렸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현재 단계에서 보면 중국 소비자는 왕훙의 평가를 크게 신뢰하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업체들도 이들을 잘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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