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가면　도립공원인　보그드산이　나온다. 이곳은　몽골　최대의　라마불교　사원이었던 만치르　사원이　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폐허가 돼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스무 개 정도의　절에　승려들만　３００명이　넘게 살았다고 한다. 당시　절에서　쓰던　솥이　남아　있는데, 이곳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이게　뭔지　알아요？” “스님　천　명이　밥을　해　먹던　솥이에요”．”언제？” “아주　옛날에요.” “실제로　봤나요？” “저는　못봤죠.” １９３０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시기에 만치르　사원은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수백　명의　승려들이　총살당했고, 사원은　파괴된　것이다. “１９２２년∼１９４０년　사이에　많은　몽골　국민들이　박해를　당했어요. 일본의　첩자라는　이유로，　소련의　지시로　많은　사람들을　죽였죠.”전쟁에서　같이　적과　싸우며　혈맹　관계를 유지했던　소련과　몽골.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어두운　역사도 있었다. 만치르　사원이　있는　보그드　산은 침엽수림이 울창한　산이다. 말을　타고　숲　속으로　들어가　봤다. 잣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초원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이 날은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나무　타는　소리만　들릴　뿐, 숲 속의　밤은　고요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