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총국의 알리바바 저격
그리고 상장 4개월 후인 2015년 1월28일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알리바바에 포문을 열었다. 공상총국은 중국의 유통산업을 관장하는 부서로, 알리바바의 직접적인 감독부서다. 이 날 공상총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행정지도 작업 진행백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상총국이 한 기업을 특정지워 백서를 발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더해 백서는 ▲알리바바 직원들의 뇌물수수 ▲저질 짝퉁제품 유통 ▲40%에 못미치는 정품판매율 등을 적시했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작정하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 이에 격분한 알리바바측은 공상총국에 공식항의했다. 이에 공상총국은 알리바바의 19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알리바바를 '짝퉁과 뇌물이 판치는 기업'으로 매도했다.
중국 당국과의 불화설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명예회복은 물론, 주가방어를 위해서라도 알리바바는 적극적으로 당국의 백서발간에 대응해야 했지만, 알리바바는 이후 침묵했다. 이윽고 중국정부와 알리바바 사이의 공방전은 잠잠해졌다. 대신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의 기업공개(IPO)를 서둘렀다. 마이진푸는 알리페이, 위어바오 등 초우량 인터넷금융업체들을 거느린 알리바바의 금융지주회사다. 2015년 연초부터 마이진푸의 IR팀은 밤낮없이 기업공개 준비작업을 밀어붙였다.
◆국유기업 대거 입성
IPO를 준비하던 마이진푸는 지난해 7월3일 1라운드 투자자모집을 종료했다. 마이진푸는 상장하기 전에 일부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지분매각의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는 460억달러로 책정됐다. 마이진푸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우선 매입하려는 민간투자자들이 구름떼같이 몰렸지만, 그들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우선 중국전국사회보장기금(사보기금)이 마이진푸의 지분 5%를 매입했다. 사보기금은 재정부 산하기구로 향후 중국의 양로기금(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 기금을 적립하고 운용하는 곳이다.
이 밖에 국가개발금융, 차이나라이프, 인민보험, 태평양보험, 신화생명보험 등 5곳의 국유기업이 각각 0.5%의 지분을 얻었다. 이 밖에 상하이시가 설립한 상하이국제그룹 산하 진푸(金浦)산업투자펀드도 지분을 취득했다. 공개된 투자자 중 춘화(春華)펀드는 국유자본이 아닌 민간이 설립한 펀드지만,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진푸산업투자펀드와 춘화펀드의 취득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1라운드 모집에서 모두 얼마의 자금을 끌여들였는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지분매각 할인률은 37.5%가 적용됐다. 만약 향후 마이진푸의 상장후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라면 이들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단기간에 300% 가까운 평가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알리바바가 국가에 마이진푸의 지분을 헐값에 매각했으며, 국가에 큰 이익을 안겼다고도 볼 수 있다.
◆2라운드도 국유기업 일색
그리고 지난달 28일 마이진푸는 2라운드 투자자모집을 마감했다. 이번 자금모집에서는 기업가치가 600억달러로 산정됐다. 1라운드에 비해 30.43% 높아졌다. 할인률을 제외하더라도 1라운드 투자자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30%이상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것.
2라운드 투자자 모집에는 중국 재정부 산하 국유투자기업인 중국투자공사(CIC)의 해외직접투자 계열사인 중투해외(中投海外), 국영은행인 건설은행 계열사인 건신신탁(建信信托), 국가개발은행의 자회사인 국가개발금융, 국무원 우정국 산하 중국우정그룹 등이 참여했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국유기업 일색이다. 마이진푸측은 이들 기업들이 얼마의 지분율을 취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이 밖에 어떤 투자자들이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다만 2라운드 투자자모집에서 45억달러를 모집했다고 공개했다.
◆상장후 차익 5배 '초대박'
마이진푸는 중국 최대 인터넷금융서비스업체다. 실명 사용자수 4억5000만명을 자랑하는 온라인 결제플랫폼인 알리페이(즈푸바오, 支付寶)를 비롯해 사용자 2억6000만명을 자랑하는 온라인 투자상품 판매 플랫폼인 위어바오(餘額寶), 빅데이터 기반 금융정보 서비스 제공업체인 자오차이바오(招財寶), 모바일 재테크 플랫폼인 마이쥐바오(螞蟻聚寶), 인터넷 대출업체인 왕상(網商)은행, 인터넷 소비자금융업체인 마이화베이(螞蟻花唄), 인터넷 신용정보서비스업체인 즈마(芝麻)신용 등 성장성 높은 업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중국 증권가에서는 마이진푸의 상장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로 예상되며, 상하이A주에 등록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후 시가총액이 1조위안을 넘길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조위안은 미화로 약 1600억달러다. 예상대로라면 이미 지분을 취득한 중국의 국유기업들로서는 최대 5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마이진푸가 의도적으로 국유기업만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국유기업들이 막대한 차익을 누리게 되는 구조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