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의 선두에 선 군(軍) 출신들
4시30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행진 도중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탄핵기각’ ‘국회해산’ ‘특검해체’였다. 대한문을 시작으로 을지로입구역, 한국은행로터리, 남대문로터리를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30분이면 충분할 짧은 거리였지만, 행진 후 제자리로 오는데 꼬박 1시간 반이 걸렸다. 태극기 집회 거리행진에 세 번째 참여한다는 모 대기업 연구원 A씨는 “내가 보기에 오늘이 사람들의 밀도(密度)가 제일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행렬 선두에는 대형 태극기가 섰고, 이어서 한미(韓美) 단합을 상징하는 대형 성조기가 뒤따랐다.
특이한 점은 육사 출신들이 여러 개의 깃발과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단체행진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수호’라는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집회 행렬 맨 앞에 서서 행진을 인도했다. 집회 전날 육사 29기 모임 카톡방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비장한 결의문을 읽는 듯하다.
〈나는 고향이 전라남도 해남이다. 고등학교까지 호남 땅에서 자랐다. (중략) 지금은 분명히 전시(戰時)에 다름 아니다. 그것마저 분간 못하고 다양성을 담론으로 삼는다면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목표는 하나다. 모두 다 태극기를 들고 나가지 않으면 나머지 행보는 빤하지 않겠는가? 전쟁이 발발하면 차라리 ‘작계5015’라도 발동되어 김정은 참수작전이 1시간 이내에 끝난다지만 촛불에 먹히면 이건 총 한 방 쏘아 보지 못하고 저들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더이상 다양성을 말하지 말자. 오직 나 자신을 위하여, 내 가족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는 애국애족의 태극기로 만드는 물결만이 10·29정변(국회의 탄핵가결)을 막을 수 있다.(후략)〉
육사 34기 차주완 예비역 장군은 동기생들에게 아래와 같은 글을 보냈다. 장문(長文)이라 일부만 요약한다.
〈존경하는 동기생 여러분! 태극기 집회에 나온 분들은 이 문제를 대통령 탄핵을 넘어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사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즉 촛불의 불씨가 사라지기 전에 힘으로 밀어붙여 정권을 탈취해서 통진당 복원, 전교조 정상화, 대북제재 폐기, 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로 연결해 보려는 불순한 체제전복 기도가 그들의 입을 통해서, 부르짖는 구호를 통해서 그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의(不義)를 참다 못한 구국(救國)의 애국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이분들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신 역사(歷史)의 한 장면 그대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인(義人)이 많아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참으로 실감나게 하는 요즘이다. 이제 MBC를 비롯한 SBS, 문화일보, 한국일보 등 매체들도 진실보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로지 권력욕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꾼들은 행여 탄핵이 기각될까 두려워 연일 독설을 퍼붓고, ‘촛불을 더 많이 들고 나와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이번 싸움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한판 승부다. 이제 좀체 희망이 보이지 않던 안개 속을 헤쳐 나오며 애국국민 모두는 ‘정의(正義)는 살아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호국선열이 호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고지(高地)가 바로 저기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