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국악의 매력에 빠져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가야금을 배우며 한국 전통음악을 알리겠다는 당찬 우리 유학생이 있다. 바로 베이징한국국제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홍(19) 양이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우리 학생이 한국 전통음악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설령 배울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타국에서 장시간 꾸준히 우리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이지홍 양은 10세 때 베이징한국국제학교에서 특활 활동으로 사물놀이를 접한 후 국악의 매력에 빠져 사물놀이 동아리를 만들어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예술주(国际青少年文化艺术交流周)’에는 현지에서 국악을 배우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사물놀이 한국 대표로 참가해 1위를 거머쥐었다. 3년 전부터는 가야금을 배우며 자신의 실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국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 들으면 한국 고유의 흥을 느낄 수 있다”며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지홍 양을 만나봤다.



















▲ '베이징의 국악소녀' 이지홍 양










‘베이징의 국악소녀’가 되기까지



근년 들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소녀시대, 빅뱅, 비스트 등 케이팝(K-Pop, 한국의 댄스음악)이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면서 중국에서도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의 젊은층이 케이팝을 흥얼거리고 인기 아이돌의 춤을 따라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지홍 양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며 우리 국악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세 때 학교의 특활 활동의 일환으로 사물놀이를 접하게 된 그녀는 매년 국제학교에서 열리는 CA(특활) 축제에서 사물놀이 공연으로 첫 무대에 선 후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국악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학교 측의 사정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풍물 특활활동이 사라지자, 그녀는 자진해서 풍물 특활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는 등 발벗고 나섰고 결국 풍물 특활활동을 재개시키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사물놀이 동아리 ‘한울림’을 결성해 현재까지 자신보다 2~3살 어린 후배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며 국악을 알리고 있다.






4년 전부터 베이징한국국제학교에서 이 양에게 음악을 가르친 우경준 교사는 “품성도 착하고 매우 성실한 데다가 교우관계도 좋은 모범생”이라며 “후배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교사의 입장에서 매우 기특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13년 8월 열린 베이징국제청소년예술제에서 한국 사물놀이 대표단이 공연하는 모습. 이지홍 양이 중앙에서 꽹과리를 들고 연주하고 있다.






2013년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예술주’에서 베이징한국국제학교, 왕징실험학교 등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대표로 참가해 1위를 거머쥐며 대외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시작된 ‘국제청소년예술주’는 중국 문화부가 비준하고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베이징인민정부외사판공실, 공청단 베이징시위원회 등이 연합으로 주관하는 국제 청소년 행사로 한국, 중국, 독일, 인도, 이스라엘 등 10여개 국가 청소년들이 모여 자국의 문화를 교류하고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이후에도 학교 또는 베이징 내 행사에서 국악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항상 꽹과리, 장구 등을 들고 찾아가다 보니 일부 교민들로부터 ‘베이징의 국악소녀’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에는 학생 신분임에도 주중한국문화원의 한국 전통음악 보조교사로 채용됐다.






물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도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국악을 지속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국악을 계속 하며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에는 자신을 가르칠 스승도 없었고 환경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국악인 권태경 교수의 공연을 접하게 됐고 이 양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지홍 양은 당시 운 이유에 대해 “권 교수님의 음악을 듣고 국악을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지홍 양이 스승인 권태경 교수와 함께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전세계 국악 알리는 음악가 되고파”



한국 전통음악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이후 이지홍 양은 3년 전부터 스승인 권태경 교수의 가르침 하에 가야금 산조와 정악(궁중음악) 등을 국악이론과 함께 병행해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다져나가고 있다. 가야금 산조는 성금연류의 1시간 가량의 전바탕 중 25분 분량을 혼자서 연주할 수 있으며 정악은 영산회상 한바탕을 다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이다.






권태경 교수는 “아직 많이 배워야 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이지홍 양의 수준은 한국에서 국악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그녀의 실력을 평가했다.






지난 7월에는 베이징 도심에서 120km 가량 떨어진 바이차오판(白草畔)에서 2주 동안 성음 공부에 매진했다. 보통 국악인들은 소위 ‘득음’을 하기 위해 산 공부를 하러 떠나는데 이지홍 양 역시 해발 2천미터가 넘는 이 곳을 찾아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고 마지막에는 공부를 위해 묵은 산장에서 투숙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양은 “피나는 노력과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다”며 “처음 한주간은 정말 소위 말하는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 상태가 오기도 했지만 그 과정 동안 본인 스스로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깨우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홍 양의 최종 목표는 전세계를 상대로 국악을 알리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내년 서울대 국악과 입학을 목표로 세웠다. 단순히 국악 실력만 뛰어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과과정, 토익(TOEIC) 등도 병행해야 하는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오는 11월에는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첫 개인 공연을 열 계획이다.






이지홍 양은 “그간 권태경 선생님과 중국 내 여러 무대에 서며 한국인 뿐 아니라 중국인들 역시 국악을 듣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며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국악을 알려야 하는지 경험을 쌓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우리 국악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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