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포트



석유·금융 등 독점 영역 타깃…최근 18개월새 84명 처벌

고위관료·국유기업 경영자 순환인사가 부패의 고리

당이 CEO 결정…개혁 '한계'

올들어 민영銀 5곳 허용…민간자본 진입장벽 허물어



오광진 중국전문기자·경제학 박사 kjoh@hankyung.com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사이트엔 국유기업 상하이전력공사의 펑쥔 사장이 기율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펑쥔은 작년 3월 시진핑(習近平) 정부를 출범시킨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국회의원)기도 했다. 중국에선 작년 5월 부패를 이유로 공산당적까지 박탈당한 양쿤 농업은행 부행장을 시작으로 올 10월 말까지 총 84명의 국유기업 임원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매달 4.7명꼴이다.



‘부패척결의 칼’을 든 시진핑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12월 상하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륙의 절반이 넘는 16개 성과 시가 국유기업 개혁안 시행에 들어갔다. 국유자산관리위원회도 지난 7월 중국건축재료 등 6개사를 시범 개혁 대상으로 지정했다. 공산당이 설립한 국유기업 개혁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각 부처 의견을 조율한 종합적인 국유기업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독점 업종’은 부패의 온상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부양 자금 4조위안(약 713조원)이 주로 국유기업으로 흘러들어가 되레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 전진, 민영기업 후퇴)했다”(정용녠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비판 속에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15만5000개 국유기업이 5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기율위 사이트에 오른 부패 안건을 보면 부패로 임원이 낙마한 국유기업은 석유 전력 통신 교통 금융 등 독점업종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석유업종 국유기업에서 낙마한 임원은 11명에 달한다.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전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周永康)이 좌장 격인 석유방(석유업계 파벌)의 인사들이 잇따라 사법 처리됐기 때문이다.



전력기업에서 낙마한 임원도 5명에 이른다. 전력공업부장 출신 리펑 전 총리와 그의 딸 리샤오린 중국전력국제 회장 및 측근이 포진한 전력방(전력업계 파벌) 사정설이 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엔 국유기업 이치자동차의 임직원 15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뿌리 깊은 부패 탓이었다. 주룽지가 총리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조대방소(大放小·큰 것은 움켜쥐고 작은 것은 버린다)’ 정책으로 중소 국유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였을 당시 국유자산은 권력층과 결탁된 민간자본에 헐값에 팔렸다.



○중국식 지도자 양성의 그늘



중국 국유기업 부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경영자와 고위관료 간 순환인사가 꼽힌다. 현장을 중시하는 중국식 지도자 양성 방식의 그늘이기도 하다.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석유천연가스 사장 출신이다. 중국의 경제학자 마오위스는 “국유기업은 겉모습만 기업이지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공무원이 순환 인사를 통해 지배하는 거대한 이익집단”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 같은 인사 방식은 현장을 아는 관료를 키우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지난달 방한한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은 국유기업인 둥펑자동차의 CEO 출신이다. 왕치산 기율위 서기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모두 건설은행장을 지냈다.



중국 정부는 경쟁이 강한 업종에 한해 국유기업 경영자를 시장에서 뽑는 전문경영인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하이시 개혁안은 국유기업 중간 관리자급을 이사회에서 정하지만 회장이나 CEO 등은 직접 시 당위원회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등 아직은 한계가 있다.



○민영은행 18년 만에 허가



국유기업 경영진에 대한 감독이 부실한 지배구조도 부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경영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유기업 개혁에 시동을 걸었지만 경영자가 개인 이익을 위해 경영자원을 남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시작한 혼합소유제(민간지분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시진핑 정부의 개혁 카드다. 국유기업 중국석유화학(시노펙)이 지난 2월 계열 판매법인 지분 30%를 민간에 넘기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은행업종 등은 민간에 경영권까지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올 들어 알리바바의 인터넷은행 등 5개 컨소시엄에 민영은행 설립인가를 내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영은행 설립 허가는18년 만에 처음이다. 전력과 철도 분야는 당장 민간에 경영권을 넘기기보다 경기둔화 극복에 필요한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한국경제신문과 온바오닷컴의 상호 콘텐츠 제휴협약에 의거해 보도된 뉴스입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경제신문에 있으며 재배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