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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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이화여대7길. 중국 유학생 증가에 따른 대학가 거리 풍경도 변화하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중국 유학생들에 따라 대학 거리가 바뀌고 있어요."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이화여대7길. 서울지역 첫 적설을 기록하는 등 궂은 날씨에도 상점 안은 중국인 손님들로 붐볐다. 중국어로 상품을 소개하는 간판이나 안내문구도 쉽게 눈에 띄었다. '牛粘液提取物21%'(달팽이점액여과물21%), '有名化品 7~3 折'(한국 유명 화장품 30~70% 세일) 등 중국 간판 일색이었다. 심지어 '椅子正在修理中不要坐' (의자 수리 중 앉지 마시오) 등 경고문구 역시 중국어가 뒤따랐다.







화장품 도매업 상점에서 쇼핑을 한 중국인 교환학생 이모씨(23·여)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이 담긴 박스 서너개와 쇼핑백을 택시에 옮겨 담고 있었다. 물건이 많아 택시기사까지 내려 이 일을 도왔다. 이씨는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이 많아 이곳을 찾았다"며 "한번에 60만원어치를 샀다"고 말했다.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은 홍콩인 폴리씨(22·여) 역시 화장품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폴리씨는 "한국인 친구가 립스틱 종류가 다양하다며 이화여대길을 추천해줬다"며 수줍게 말했다. 그룹 '투애니원'의 팬이라는 폴리씨는 "케이팝(K-pop) 스타의 메이크업을 보며 화장품을 사게 됐다"며 "이화여대길 화장품은 중국 유학생에게 유명하다"고 밝혔다.







가게 직원 김모씨(41·여)는 "이영애가 선전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특히 인기가 좋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 아내인 펑리위안에 선물한 품목이 뭐냐며 특정 화장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뿐 아니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후문 인근 명륜길에는 중국어로 된 상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룸 등이 주로 분포한 이 지역에는 자취하는 중국 유학생들을 상대로한 음식점들이 자리했다.







바닥면적 약 5평에 2층 규모의 한 중국 음식점은 점심시간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간판메뉴인 가지육사덮밥 등 10여가지 덮밥요리를 주로 판매하는 이곳은 밀려드는 중국 유학생에 직원 3명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유학생이자 직원 진모씨(27·여)는 "중국 유학생들이 손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돼지고기 볶음 요리인 '홍샤우로우 덮밥'이나 중국식 탕수육 '뀌바오로우 요리'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너무 많아 바쁘다"며 웃음을 보였다.







중국음식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최모씨(59) 역시 10여년 음식점을 하다 중국 유학생을 상대로한 업종으로 바꿨다. 한국어가 서툰 최씨는 "건강식 마죽이나 중국전통술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중국 학생들이 많아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 서울 이화여대 인근 중국어 간판 상점들 (위)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 중국 음식점들(아래).







증가하는 중국 유학생 손님들을 맞기 위해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화여대7길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 7곳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가게에서 중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4년전 한국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귀화했다는 강모씨(26·여)는 "매장에 거의 중국분들이 일을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말이 통하니까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거리가 중국풍으로 변하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 다니는 조모씨(27·여)는 "학교 앞에 가면 유학생과 관광객 등 중국인들이 많아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며 "1학년 때 추억이 깃든 가게들이 중국 가게로 변하는 게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모씨(28·여) 역시 "학교 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대학로나 대명거리 등 주요 거리는 영향 없으나 앞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더 늘면 이 거리도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에 울상이던 대학가 상점들은 이같은 중국인 유학생 붐이 싫지 않은 분위기다. 이화여대7길 화장품가게 직원 A씨는 "10년전에 비해 상권이 죽지 않았나"며 "한국인들은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이 일대 6개월마다 가게 간판이 바뀌는 모습을 본다"며 "중국인들이 사라진다면 사실상 장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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