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5-08
  • 언어선택
본 영상은 영상입니다. VPN 설치하기 | 윈도우, 안드로이드 ☜ 클릭
해피 뉴 이어 From. 영국_휘트비 수도원, 피시 앤 칩스, 캐슬 하워드
다음 날, 일출을 보기 위해 요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휘트비로 향했다. 북해에서 떠오르는 해는 처음 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영국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건 행운이었다. 작은 항구마을인 휘트비는 영국인들의 숨은 휴양지로 유명하다. 탁 트인 풍경, 고요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내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해안가 공원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제임스 쿡의 동상이 있다. 그는 호주와 뉴질랜드, 태평양의 무수한 섬들을 발견한 인물로, 이곳 휘트비에서 처음 배를 타기 시작했다. 마을 언덕에 위치한 휘트비 수도원으로 향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울퉁불퉁한 중세 돌길이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람이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오르막길이 있는데 이건 당나귀가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나지막한 계단은 무려 199개나 된다. 힘들지만 오르면서 보이는 도시 전경이 아름답다. 수도원 입구의 수많은 묘비들. 공포소설 ‘드라큘라’를 쓴 브램 스토커는 묘비가 즐비한 이 언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날씨 또한 분위기답게 을씨년스럽다. 무덤을 지나니 휘트비의 성스러운 수도원이었던 건물이 나타난다. 오랫동안 파괴된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영국 역사의 산증인 같이 느껴진다. 시대 흐름을 따라 건축 양식도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파괴와 복원을 반복하며 지금은 수도원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 외벽뿐이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영국에 존재하는 폐허 중 가장 감동적인 건축물로 ‘낭만적 파괴의 잔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어릴 때 가족들이랑 여름에 놀러 오곤 했어요. 그래서 휘트비에 왔어요. 해안 따라 드라이브를 했는데 멋졌어요.” “이런 거 보려고 온 거죠. 이제 피시 앤 칩스를 먹을 거예요.” 나도 여행객이 추천한 피시 앤 칩스를 맛보기로 했다. 휘트비는 낚시로 유명하다. 1992년에 영국에서 가장 큰 약 26kg 대구를 휘트비에서 잡았다고 한다. 나는 50년 된 유명한 생선음식점을 찾았다. 처음 맛보는 영국의 대표 음식 피시 앤 칩스. 맛이 궁금해진다. “우리 가족이 이 가게를 운영한지는 50년 됐고, 전국 최고의 피시 앤 칩스 상을 받았어요.” 하얀 생선 속살이 신선해 보인다. 명성대로 탱탱한 대구 살의 식감. 무척이나 맛있었다. 요크로 다시 돌아가기 전 나는 캐슬 하워드를 방문했다. 이곳은 완성하는 데에는 약 100년이 걸렸단다. 개인 저택이지만 무너진 옛 성 위에 건축해서 ‘캐슬 하워드’라고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방대한 정원에 넓게 펼쳐진 호수도 사람이 만든 인공 호수다. “하워드 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성은 하워드 가족의 집이었어요. 3대 칼라일 백작이 18세기 초 하워드 성을 짓기 시작할 때 왕이 방문해주기를 염원했죠. 처음으로 하워드 성에 머문 군주는 1850년에 방문한 빅토리아 여왕이었어요. 여왕과 가족은 여기서 3일을 머물렀어요.” 성 내부로 따라 들어가 봤다. 긴 복도를 따라 진열된 미술품과 조각품들이 웬만한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여긴 앤티크 복도예요. 고대 로마의 앤티크 유물이 가득합니다. 18세기 4대 칼라일 백작이 로마에서 영국으로 가져왔어요.” 음악이 들리는 곳을 따라 그레이트 홀에 가보니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캐슬 하워드가 유명해진 이유가 전례 없이 개인 저택에 돔 천장을 지었기 때문이란다. 21m 높이의 돔 중앙에는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의 그림. 캐슬 하워드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름다워요. 여름에 한 번 와 봤는데 지금 크리스마스 장식도 있고 정말 예뻐요.” 이곳은 조금 독특한 장식의 방이다. 가면무도회 주제로 오래된 미술작품과 베네치아 장식들이 이색적이다. 이곳을 걷다보면 왕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초대받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방은 롱 갤러리입니다. 길이 160피트(약 48m)라 복도를 31번 왕복하면 1마일(1.6km)을 걷는 셈이죠. 오늘날 이곳은 콘서트, 연회, 공공 행사 등에 사용돼요. 1850년에 빅토리아 여왕이 손님들과 연회를 열기도 했어요.”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예배당이 나왔다. 원래 이곳은 식당으로 지어졌으나 1870년에 바닥을 낮추고, 입구를 바꾸어 예배당으로 탈바꿈됐다. “이런 대저택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가족, 하인 등 약 50~60명이 집을 드나들었죠. 그리고 19세기에는 예배가 중요한 행위였고요.” 한 시대를 풍미한 귀족 가문의 역사를 통해 영국 문화의 단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관련뉴스/포토 (12)
#태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