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승만(왼쪽)과 박정희(오른쪽)
▲ [자료사진] 이승만(왼쪽)과 박정희(오른쪽)
 
타이완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 이승만과 박정희가 이끌어온 위대한 나라


옛날 옛적(?), 필자가 <김일성 회고록>을 읽던 시절에, 그 책에 보면 ‘쌍십절에 무엇을 사먹었다’거나 ‘쌍십절 명절 기간에 누구를 만났다’는 식의 회고가 종종 등장했다. 지금 중국 대륙에서는 많이 잊혀진 이름이지만,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하여도 중국에서 ‘쌍십절’이 상당히 성대하게 기념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일은 10월 1일이고, 중화민국의 건국일은 10월 10일이다. 10이 두 번 겹치는 날이어서, 쌍십절(雙十節)이라고 부른다. 오늘자 조선일보를 보니 <중화민국 건국 101주년>이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살펴보니 중국 타이완 정부에서 쌍십절 101주년을 맞아 내놓은 광고였다.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나라들은 먼 바다의 작은 섬 하나가 자기 것이라며 해외 언론에 많은 돈을 들여 ‘그곳은 우리 땅’이라고 광고 계획을 세우는 판에, 이 정부는 자기 나라의 정체성 자체를 알리는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남북간의 대결에서 패퇴하여 제주도쯤 되는 섬에 별도의 정부를 수립하고는 <대한민국 건국 64주년>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에 실어야 한다면, 지금 우리의 심정은 어떠할까?

◆ 힘을 놓친 이상은 몽상일 뿐이다

알다시피 중국 타이완은, 대륙의 입장에서는 국가나 정부로 치지도 않는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반국가단체’인 셈이다. 그런데 이 나라 - 아닌 나라 - 가 서러운 것은, 이 나라는 올림픽에 출전하여도 자기 나라 국기를 앞세울 수 없고, 자기 나라 국기를 유니폼에 달지도 못하며, 메달을 따도 자기 나라 국기를 게양할 수도 없고, 금메달을 딴다하여도 자기 나라 국가가 울려 퍼지지 못하는, 철저한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지난 여름 런던올림픽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런던 시내 곳곳에 206개 참가국을 상징하는 만국기를 내걸었는데, 중국 타이완의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그 틈에 끼어 있었나 보다. 중국 정부에서 강력히 항의하여 올림픽 조직위가 부랴부랴 그것만 철거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오늘날 타이완의 위치가 바로 그러하다.

타이완이 이렇게 된 이유는 딱 하나다. 힘의 논리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의 눈으로 볼 때에는 대단히 부당하고 불합리하지만, 그것이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속된 말로, ‘힘센 놈이 장땡’인 것이다. 사실은 타이완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미국에게 의지한 힘의 논리 때문이다.

젊고 어렸을 때에는 누구든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 중립국 통일을 지지하고, 얼마전 문재인 후보가 발표했던 공약처럼 “한중, 한미, 남북 정상회담을 연달아 개최하고, 6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겠다”라는 식의 구상이 그렇다. ‘그게 뭐가 어려워?’라고 되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몽상에 불과하고, 제3자가 들으면 어린애들 옹알이와도 같은 철부지 밑그림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화평굴기(和平屈起)를 이야기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부득부득 항공모함을 도입하려 애를 쓰고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다. 어쨌든 현실 사회에서는 ‘힘’이 우선인 것이다. 누군가는 대포가 없고 탱크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동안에, 반대편의 누군가는 그런 철부지 토론을 감상하며 은근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너희는 그렇게 살아봐라, 우리는 힘을 기르겠다!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세계 7~8위권이다. 만약 우리에게 그러한 힘이 없었다면, 그리고 한미연합군사력이라는 막강한 백그라운드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까지도 힘으로 내리누르려는 중국인데, 한낱 토깽이 반토막 쯤으로 보이는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 영토는 중국에게 완전히 ‘개무시’ 당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중국을 이길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다. 굳이 중국을 ‘이길’ 필요까지 있을까 싶지만, 중국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힘을 키워야 하고, 그 힘은 기본적으로 군사적인 힘이다. 그 다음이 외교적인 실력이다. 그리고 나서야 경제적인 번영이 따르고, 문화적인 영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 과거를 ‘청산하자’는 세력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앞뒤를 분간 못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최근 세계가 K팝에 열광하고, 그리하여 당장 우주라도 정복할 듯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연합군사력, 국제사회의 주류 질서에서 엇나가지 않으려 했던 외교적인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우리 부모님 세대가 피눈물로 쌓아놓은 성과이고, 누가 대통령이 되었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을 것이 아니라,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과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가 이끌어갔던 원대한 청사진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행운으로 알아야 하고, 마땅히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를 깎아내린답시고 박정희에게 쏟아지는 악의적인 험담은 그래서 씁쓸하고도 매스껍다. 대선을 앞두고 젊은이들의 표를 얻겠다고 쏟아지는 몽상과도 같은 공약들은 그래서 어이없고도 위태롭다.

세상의 모든 선(善)은 자기가 모두 전매특허를 내놓은 듯 거들먹거리는 어떤 후보여, 한평생 이슬만 먹고 살아왔던 듯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는 어떤 후보여. 그대들은, 그대들의 부모는, 어디 안드로메다에 살다 온 사람들인가. 우리의 공동체와 그것을 이끌어갔던 리더에 대한 자부심이 없이 언감생심 새시대의 대통령이 되겠다니, 그러한 반쪼가리 대한민국을 전취(戰取)하여 또 무슨 흉계를 꾸미려는 것인지 불안하고도 위태롭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맡겼다가 20년 쯤 뒤에는 뉴욕타임스에 <대한민국 건국 84주년> 광고 같은 것이나 싣자고 하지는 않을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중국 대륙을 코앞에 두고 있는 타이완의 진먼다오(金門島)에는 무망재거(毋忘在莒)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하나 서있다. 거(莒) 땅에 있었음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전국시대에 제나라가 연나라에게 연패하여 72개 성 가운데 묵(墨)과 거(莒)를 빼놓고는 모두 빼앗겼던 일화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거(莒)에 있었음을 추억해봤자 무엇하겠는가. 문제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오늘의 현실을 만들어준 선배들에게 고마워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과거를 청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세력에게 미래는 없다. 연말 대선에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투표 포인트’다. (bitdor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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