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바오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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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한국, 하드웨어 중국 ① 팡고 엔터토이먼트 문제대 대표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발전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거대자본을 축적한 중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선진적 소프트웨어에 목이 마르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요직을 차지한 사람도 있고 합작의 방식으로 일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온바오닷컴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양상이자, 새로운 미래이기도 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용병' 한국인을 찾아 기획 연재한다. [온바오닷컴 편집부]


“삼성전자 CF 포장마차편, Speed 011 광고, 퍼펫 애니메이션 ‘아름다운 시절’ 등으로 2000년 대한민국영상대전 대상 수상”, “영화 ‘인형사’ 주인공 구체관절 인형 투자유치 및 제작”, “‘서태지 컴퍼니’서태지 큐브릭 인형과 밀랍인형 제작”, “KBS서 방영된 ‘꾸루꾸루와 친구들’ 기획, 제작 담당”…

지난 1997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KIMO’ 설립 이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외길을 걸어온 문제대 팡고 엔터토이먼트 대표가 걸어온 발자취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서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는 독보적 기술을 인정받은 그가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루오션’ 애니메이션 산업
14년간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해온 문 대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이유는 바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어마어마한 잠재성 때문이다. 또한 7년 전부터 외주 제작 건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좋은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부실해 소프트웨어만 정착시킨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문제대 대표는 “시장 규모로만 따졌을 때 한국은 인구가 5천만이지만 중국은 무려 13억명이다”며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를 만든다고 봤을 때 잠재성면에서 한국은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중국에서 지난해 최고의 흥행 수익을 거둔 애니메이션 '시양양과 후이타이랑(喜羊羊与灰太狼)'을 살펴보면 이미 시리즈별로 흥행 수입이 1억위안(170억원)을 돌파했으며, TV 만화로도 만들어져 5백개 방송국에 방영되고 있다. 판매되고 있는 캐릭터 상품도 1천여종에 달하는 등 이쯤되면 중국의 '국민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에서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 장려를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시 작품 1분마다 위로금을 지급하며, 지역에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받는다. 한국과는 정책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지원환경이 좋은 편이다.

다만 중국 제작사들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단순히 경제적 이익 창출로만 바라봐 간소한 캐릭터와 엉성한 스토리로 작품 개수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질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 대표는 "지금의 중국 시장은 10년 전의 한국 시장과 똑같아 자기 컨텐츠가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며, 제작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며 "중국 특유의 관시(关系·인맥), 미흡한 서비스 정신 등 중국 특유의 문화도 극복해야할 과제다"고 분석했다.






'스톱모션' 기술 하나로 승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라이온킹, 인어공주 등 일반 애니메이션들에 비해 ‘스톱모션’으로 대표되는 퍼펫 애니메이션과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감이 있다.

‘스톱모션 애니매이션(stop-motion animation)’은 물체를 한두 프레임씩 노출시켜 DSLR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으로 자체 제작한 물체를 1인치씩 옮기고 다시 촬영하는 과정을 반복해 물체가 살아 움직이는 효과를 낸다.

한마디로 영화 주인공은 배우 대신 자체 제작한 캐릭터, 영화 촬영세트는 정교하게 제작한 미니어쳐로 대신해 공간과 물체에 생명감을 불어 넣는다. 한국에서는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삼성전자 CF 등으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많이 알려져 있다.

문제대 대표의 팡고 엔터토이먼트는 바로 이러한 '스톱모션'을 제작하는 전문 기업으로 이미 KBS, MBC, SBS, EBS 방송용 애니메이션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기업의 CF 제작 등을 통해 한국에서는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문제대 대표는 "중국에서 '스톱모션' 분야의 경우 3~4개의 소규모 업체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로서는 희소가치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이징 화이러우(怀柔)에 위치한 그의 작업장에는 인근 관광지를 방문했다가 이 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모두 정교하게 만들어진 캐릭터에 연신 감탄을 표하며, 내부에 설치된 작업 영상을 보면서 호기심을 드러낸다.

업계의 관심도 끊이질 않는다. 중국 진출 초기부터 중국의 대표 영화 제작사인 차이나필름그룹(中国电影集团公司)에서 합작 제의가 들어왔으며, 순차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아시아 최초의 극장판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 중으로 오는 12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8월부터는 중국 최초로 100편짜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에 들어간다.





 
"디즈니처럼 100년 장수하는 작품 만들고 싶다"
중국 진출 1년 4개월만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문제대 대표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성상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 업체가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한 전례가 없는 데다가 중국 내 통계자료 역시 일원화되지 않아 자료 수집 면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문제대 대표는 "아직 진출한지 1년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과 중국 특유의 문화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더욱이 '스톱모션'에 대해 모르는 중국인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중국 동영상 포탈사이트인 유쿠(优酷), 투더우왕(土豆网) 등을 통해 작품을 홍보하고, 중국인들의 반응을 면밀히 체크해 향후 작품 제작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의 '미키마우스'처럼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이자 바램이다"며 "향후 10년간 한국 애니메이션이 중국 시장에 자리매김하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팡고 엔터토이먼트는 오는 8월 1일 베이징 예술거리인 다산쯔(大山子) '798예술구'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전시관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스톱모션'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온바오 박장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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